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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44

살아남은 자의 슬픔 : 프레모 레비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살아남은 자의 슬픔 : 프레모 레비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이 있는 사람 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을 찬찬히 검토하고, 자신의 기억을 모두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또 그 기억들 중 무엇도 가면을 쓰고 있거나 위장하고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스스로를 점검해본다. 그런데 아니다. 명백한 범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다. 누구의 자리를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구를 구타한 적도 없으며(그럴 힘이라도 있었겠는가?), 어떤 임무를 받아들인 적도 없고(맡겨지지도 않았지만....), 그 누구의 빵도 훔친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각자가 자기 형제의 카인이라는 것,.. 2020. 2. 17.
시한부 인생의 기자가 어린 아들에게 남긴 책 : 이용마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의 기자가 어린 아들에게 남긴 책 : 이용마 사마천의 열전의 서문을 보면 천도시비론天道是非論이 나온다. 예전에 도척이라는 산적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아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도 그는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천수를 다한 뒤에 죽었다. 이에 비해 열전의 첫번째 주인공인 백이와 숙제는 절개와 의리가 있는 선비들로, 부정하게 승계한 왕의 신하가 되지 않겠다고 벼슬을 박차고 나가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 죽었다. 사마천은 이를 비교하며 과연 천도, 즉 하늘의 도가 있느냐 없는냐, 도가 있다면 그 도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 물었다. 나는 를 읽으면서 2000여 년 전 사마천이 했던 고민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립운동가 자손은 삼대를 빌어먹고, .. 2020. 2. 6.
예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돼여 :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예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돼여 : 홍성수 아빠, 여자애들한테 '예쁘다'는 말을 하면 안돼여. 얌마,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왜 안돼? 외모를 평가하는 말이라서요. 야, 이쁜 걸 이쁘다고 하지, 그럼 머라고 하냐? '매력적이다' 머, 이런 말로 해야지요. 그건 평가하는 말이 아냐? 우기지 마세여. 암튼 안돼여. 야 참, 학교가 별나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 녀석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나온 말입니다. 학교에선 여학생들한테 '예쁘다'는 말도 못하는 군요. 물론 남학생들한테도 '잘생겼다'는 말을 하면, 옆에 있는 '못생긴' 친구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기에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될 겁니다. 애들이 너무 민감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딸.. 2019. 6. 1.
이제 나도 좀 행복해야겠습니다 :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제 나도 좀 행복해야겠습니다 : 오연호 '꿈틀리 인생학교' 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중3 졸업생을 대상으로 30명이 참여하는 1년 과정의 기숙학교로 2016년 강화도에 개교한 학교입니다. 입시 경쟁 속에서 학원을 오가며 쉴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청소년들에게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줌으로써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우리나라에 우리식으로 적용하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선생이 만들었고 풀무학교의 정승관 선생이 교장으로 계십니다. 첫째와 둘째가 간디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이런 저런 방면으로 촉수를 뻗치다보니 이런 학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 이런 학교가 과연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무색하게.. 2019.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