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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야기39

저, 퇴사했는데요 :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저, 퇴사했는데요 : 이나가키 에미코 행님, 회사 그만두면 아이들하고 형수님하고 생활비는 우짤건데? 나 : ..... 그라고 그만두고 나서 뭐 할낀데? 나 : ..... 무슨 생각이 있을 거 아이가? 그런 것도 없이 덜컥 그만둔기가? 나 : ..... "사표를 썼습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의 첫 반응은 역시 '일순 침묵'입니다. 얼굴을 보니 헐~~ 이라는 반응입니다. 왜? 라고 묻는 것 같기도 하고, 안됐다는 표정도 잠깐 나오고, 그랬구나 라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질문을 시작합니다. 누가 괴롭혔는지, 왜 그만두는지, 언제 그만두는지, 그만두고 뭐 할건지를 묻습니다. 일일이 대답하기가 뭐해서 그냥 대충 얼버무립니다. 퇴직을 하려면 회사의 면담(그만두는 마당에 면담은 무슨 면담을....)은 필수.. 2019. 5. 16.
그저 담담하게 털어놓은 그 남자의 일기장 : 이석원 <보통의 존재> 그저 담담하게 털어놓은 그 남자의 일기장 : 이석원 나는 손잡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남녀가 거리낌 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원나잇 스탠드가 요즘처럼 횡행하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눈물겹다. 잠시 잠깐 만난 사이에서는 결코 손을 잡고 영화를 보거나 거리를 걷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으니까.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처럼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누구든 아무하고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하고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잡는 것이 좋다. (p.14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으면서' 중에서)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만약 지금 내게 누가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살다보면 .. 2019. 3. 24.
이 아자씨, 역시 여전하시네 : 무라카미 류 <자살보다 SEX> 이 아자씨, 역시 여전하시네 : 무라카미 류 # 1. 기억하고 있어? 나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독립해서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열고 공사채 투자로 큰 돈벌이를 해보겠다고. 돈을 많이 벌게 될텐데, 그럼 당신은 뭘 하고 싶어? 라고. 달린저의 창녀 애인처럼 리카도 허풍 치는 나를 따스하게 바라보며 똑같은 말을 했지. "그래요, 다시 당신과 춤추고 싶어요."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오늘은 이만 쓸께. (p.15) # 2. 그렇다고 못생긴 여자가 팔리지 않고 대량으로 남겨졌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백화점이나 유원지에 가보면 "우와, 심하다!"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을 만큼 못생긴 여자들이 여봐란듯이 결혼해서 남편들과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못생긴 여자와 자는 남자도 있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미추에 앞서 우선 .. 2019. 2. 7.
도대체 이 누님, 상상력의 끝은 어디냐? : 요네하라 마리 <발명 마니아> 도대체 이 누님, 상상력의 끝은 어디냐? : 요네하라 마리 를 읽은 후에 일명 '마리 누님'의 책들이 궁금해서 서점에 어슬렁거리던 차에 발견한 책이다. 책 제목이 라 무슨 발명에 관한 책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두툼한 분량 전부가 이토록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자신의 발명품을 설명한 책인 줄은 몰랐다. 도대체 이 누님의 상상의 끝은 어디냐? 라고 혀를 내두르며 읽다보니 벌써 끝났다. 그녀의 머리 속에 잠깐 들어가볼까? 보자마자 이거다! 라고 생각했다. 나도 주로 누워서 책을 보는데, 이쪽으로 누웠다가 또 저쪽으로 눕기도 하고, 팔이 아파 엎드려 읽다가, 보통 그대로 잠든다. 누워서 읽기 좋게 책을 들어주고, "다음"이라고 말하면 페이지를 넘겨주며, 잠들라 치면 나의 몸을 흔들어주는 로봇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 2018.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