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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문 하나 열기가, 책 장 하나 넘기기가 두려운 만화 : 권가야 <남한산성> 싸리문 하나 열기가, 책 장 하나 넘기기가 두려운 만화 : 권가야 남한산성은 굴레다. 조선의 굴레다. 역사의 굴레다. 그 시대를 살다간 그들의 굴레에서 우리는 자유로운가. 나는 여인을 품었던 것이 아니다. 조선을 품었던 것이다. 아무도 함락시킬 수 없는 견고한 산성을 쌓으려는 혜령의 의지를 넌 보지 못했다. 짓밟힐수록 끈질긴 생명력으로 꿋꿋이 되살아나는 정복되지 않는 조선. 전쟁의 역사에서 대의명분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이 눈물이다. 그 눈물은 어린 아이의 눈물이고,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눈물이고, 겁탈당한 처녀의 눈물이고, 대의명분이 무언지 모르는, 이념이 무언지 모르는 무지한 촌부의 눈물이다. 그 눈물이 우리의 한의 눈물이다. 何事非君 何事非民 누가 다스린다고 임금이 아니며 누구를 섬긴다고 백성이 .. 2018. 10. 11.
회색빛 이스탄불을 빨간 속살을 지닌 도시로 바꾼 책 :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회색빛 이스탄불을 빨간 속살을 지닌 도시로 바꾼 책 : 오르한 파묵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삶은 내게서 시작되고 모든 것은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믿어라! (1권 '내 이름은 빨강' 챕터 중에서) 이 소설은 1591년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술탄 휘하의 세밀화가들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울나라로 치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바로 한 해 전이군요. 몇백 년 전의 남의 나라 이야기라 몰입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물론 스토리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지만 말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사항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소설의 특징두요. 아무래도 배경들을 이해하고 나면 이 소설이 좀 더 쉽게 읽히겠지요. # 오스만 제국 (1299~.. 2018. 10. 6.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 이소희 외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 이소희 외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는, 그 중에서도 출판물은 일부에게만 허락된 '영토'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학위와 명성이 있는 주류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그들의 '영토'가 주어집니다. 신문사와 잡지사의 칼럼 기고란부터 단행본과 전집의 자리까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쉽게 멸시당하곤 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페이지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글쓴이가 돈을 벌기 위해 주로 하는 일은 '성판매'입니다. [중략] 글을 쓰는 이소희는 그렇게 으레 관심 없어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자신의 작은 '영토'로 삼았습니다. "힘껏 외치는 투도 아니고 싸우는 투도" 아니었.. 2018. 10. 1.
76살에 붓을 든 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76살에 붓을 든 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미국의 어느 가난한 집 10남매 중 세째로 태어난 여인이 있습니다. 1860년이었습니다. 그녀는 12살부터 부유한 집 가정부로 일했습니다. 비록 가정부였지만 그녀의 삶은 즐거웠습니다. 27살에 남편을 만난 결혼을 하고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합니다. 남편과 함께 임대 농장에서 일하면서 버터를 만들고 감자 튀김을 만들어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이후 뉴욕의 이글 브리지에 정착을 하게 되고 틈틈히 자수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70대에 들어 관절염이 심해져 바늘에 실 꿰기가 어려워져서 더 이상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그녀는 붓을 듭니다.   76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었고, 88세에 '올해의 젊.. 2018. 9. 25.
인생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 기타가와 에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인생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 기타가와 에미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이전에 함께 공부하던 지인의 카톡 대문 사진. 저 문구를 보고는 캬~~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런 멋진 문장을 어디서? 바로 카톡을 날렸다. 나 : 대체 이런 멋진 말은 어디서 나오는 거얔ㅋㅋ 지인 : 에 나오는 영화 대사입니다.ㅎ 나 : 영화 막 검색해 봤는데, 급 땡기네여. 주말에 봐야 되거쓰~ 지인 : 영화보다는 원작인 기타가와 에미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응? 근데 책 제목이 라구? 이건 완전 내 얘기잖아? 나는 눈을 뜨자마자 퇴사를 생각하고, 근무하면서도 퇴사를 생각하고, 퇴근하면서도 퇴사를 생각한다구!! 서점으로 달려갔다. 책 뒷 표지가 유난히.. 2018. 9. 16.
내 몸은 하나의 우주, 신비하고 조화로운 것이다 : 엄융의 <내 몸 공부> 내 몸은 하나의 우주, 신비하고 조화로운 것이다 : 엄융의 경증 지방간 : 정기적 관찰 요함 담낭용종 :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크기 변화 관찰 요함 신장낭종 : 낭종의 변화 여부에 대해 주기적 관찰 요함 갑상선 교질성 낭종 :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권유 만성표재성 위염 : 유증상 시 치료를 요함 경미한 안저 변화 의심 : 안과 상담 요함 A형 간염 항체 : A형 간염 예방 접종 권유 B형 간염 항체 : B형 간염 예방 접종 권유 요추 디츠크 팽창, 디스크 돌출, 퇴행성 변화, 척추증, 요추 직선화 : 증상이 있을 시 상담 요함 건강 검진 결과다. A4 용지 한바닥 가득 머라 적혀 있다. 적히는 뭔가가 해마다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읽다가 에이씨~ 우짜라고! 하며 던져 놓는다.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 2018. 9. 15.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에 대하여 : 알베르 카뮈 <이방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에 대하여 : 알베르 카뮈 우리 동네에서 독서대전이라는 게 열렸습니다. 채사장의 강연이 있길래 이건 빠질 수 없어~ 하고 자고 있는 딸을 깨워 함께 달려갔습니다. 무엇을 얘기할까 잔뜩 기대를 했는데, 채사장이 가지고 온 것은 알베르 카뮈의 이었습니다. 헐~~ 토요일 오전에 카뮈라고? 눈이 부신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그 '이방인' 말이야? '인문학적 사유와 성장'이라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채사장의 말빨을 탁월했습니다. 이 책 해석을 다하고 나서 이제 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그 시간에 자기 책을 읽으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그만큼 소설의 해석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실제로 그의 강의가 끝나자 을 완벽히 소화한 듯 했습니다. 그랬더니 더 궁금해졌습니다. 얼른 사서 읽었.. 2018. 9. 9.
영혼이 느껴지는 인간 데생 : 요네하라 마리 <프라하의 소녀시대> 영혼이 느껴지는 인간 데생 : 요네하라 마리 버스는 거의 급사면을 올라갔다. 버스가 다 올라간 곳에서 내려 야스나가 보라는 대로 눈을 돌린 나는 숨을 꿀꺽 삼켰다. 절경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사바 강과 도나우 강이 합해지면서 생긴 예각지가 무너져가는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성벽 건너편으로 구시가지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기복 있는 풍경이 보인다. 더 멀리로는 한적한 농촌 지대가 펼쳐져 있다. "너무 아름다워. 터키군이 싸울 마음을 잃고 물러간 심정을 알 것 같아. 아마 저 기슭에서 짙은 안개에 잠긴 성벽을 보고 '하얀 도시!' 하고 외쳤을 거야." (p.300) 친구 야스나가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에게 보여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풍경입니다. 칼레메그단 성으로 가자고 했던 마리에게 아무.. 2018. 9. 8.
내 생애 아드리아 바닷가를 볼 수 있을까? : 이정흠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 내 생애 아드리아 바닷가를 볼 수 있을까? : 이정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중 오직 한 편만 고르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를 꼽습니다. 아름다운 아드리라해를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사나이들의 모험,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 라며 온갖 후까시를 잡는 허당끼의 포르코,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 마담 지나와의 아련한 사랑, 그리고 카토 토키코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까지..... 남자의 로망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어, 그런데 마담 지나가 살고 있는 그 아름다운 아드리아 바닷가는 어디 있나요?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와 맞은 편 발칸 반도 사이의 바다를 아드리아해라고 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지만, 그 풍경은 아무래도 발칸의 동유럽 어디쯤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2018. 9. 5.
세상에 어떤 글도 무의미하지 않다. 우리 어서 쓰자 :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세상에 어떤 글도 무의미하지 않다. 우리 어서 쓰자 : 은유 책 한 권을 읽는데 짧게는 4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정도 걸립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읽다 메모한 부분이나 접어 놓은 부분을 다시 한번 추르륵 훑어봅니다. 발췌할 문장을 적고 나의 감상을 정리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검색도 해봅니다. 내가 생각치 못한 부분을 짚은 타인의 글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쓸지도 궁리합니다. 감상 위주의 글로 적을지, 발췌 위주로 적을지, 책 내용과 관련하여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림은 어떻게 실을지, 뭐 그런 궁리 말이지요. 그렇게 독후감을 마무리하는데에도 책을 읽는 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2018. 8. 26.
과거의 사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곧 역사다 : 유시민 <역사의 역사> 과거의 사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곧 역사다 : 유시민 2000년대 초반인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로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마침 일본에 살고 있을 시절이라 직접 문제의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를 사서 읽어보았다. 내가 가진 짧은 일본어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리기는 힘들었다. 고대의 한반도 남부 일부가 일본의 땅이었고,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았고, 임진왜란은 침략이 아니라 진출로 표기했고, 식민 지배가 울나라의 근대화에 기여했다, 뭐 이런 게 논쟁의 대상이 된 부분이라고 한다. 문제 맞네.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두고 그네들과 우리가 해석한 결과는 이렇게 국제 문제로 이어질 만큼 다르다. 굳이 일본을 들먹일 필요 없이 우리 역사 속의 인물 해석도 그렇다. 연개소문, 김춘추와 김유신, 광해군, 흥선대원군.. 2018. 8. 25.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 시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 이안 부루마 <0년>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 시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 이안 부루마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 세계는 단순하게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막대한 유럽 영토와 아시아의 많은 지역이 파괴되었고, 나치와 파시즘은 몰락했으며 식민 국가를 포함한 상당수 지역에서 과거의 정권은 도덕적으로 파산했다. 이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강화했다. 1945년은 백지 상태였던 것이다. 역사는 폐기될 것이었고, 어떤 것도 가능했다. 그래서 런던에 망명 중이던 독일 사회민주주자들은 "독일 0년"이라는 글귀를 만들었다. (p.316) 1945년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해입니다. 일본이 패망하여 식민 지배에서 해방을 맞이한 해입니다. 기쁨의 순간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찾아왔습니.. 2018. 8. 18.
아직도 끝나지 않은 광주 이야기 : 김성재 변기현 <망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광주 이야기 : 김성재 변기현 큰 아이 학교에서 '물레제'라는 축제를 합니다. 거기에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판매하는 장터가 열리는데, 광주에 사는 민주 아빠가 이 책을 판매한다고 올라왔길래 얼른 샀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여 5.18 기념재단에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2010년에 나온 책이니 꽤 오래 되었네요. 시중에 판매하는 책이 아니라 비매품입니다. 광주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고 5.18 관련 역사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광주의 이야기는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여러 장르에서 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강호형이 주연을 맡아서 당시 광주의 참상을 해외에 알린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 2018. 8. 11.
생각의 세계에 뿌려진 한 움큼의 코카인 : 존 브록만 <위험한 생각들> 생각의 세계에 뿌려진 한 움큼의 코카인 : 존 브록만 약 오백년 전에 폴란드 사람 코페르니쿠스는 아주 이상하고 위험한 생각을 합니다. "지구가 돈다" 라는 그의 생각은, "그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이라고 여기지만 그 시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천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특별한 존재이고 사람들은 신이 만든 최고의 피조물이라는 자기 중심적인 발상이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지구가 돈다" 라는 그의 생각은, 모두가 옳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뒤집어 버리는 아주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발상인 것이죠. 오백년이 지난 지금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진리로 여깁니다. 지금은 그런게 없을까요?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지.. 2018. 8. 10.
아부지한테서 편지 왔는데 또 책 읽으래 :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아부지한테서 편지 왔는데 또 책 읽으래 : 정약용    조선 오백년의 기간 동안 가장 뛰어난 천재를 꼽으라면 이분이 다섯 손가락 안에 무조건 들어갈 겁니다. 그 시절의 주류 학문이었던 유학부터 시작해서 정치면 정치, 법이면 법, 철학과 행정, 그리고 과학까지, 학자이면서 엄청난 저술가였고 엔지니어이기도 했습니다. 스무살에 우주간의 모든 일을 다 깨닫고 그 이치를 완전히 정리해내려 했다고 하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됩니다. 이런 천재와 함께 동시대를 같이 산 사람들은 복 받은 겁니다.    하지만 이 분과 조선 탑 쓰리의 왕이 만났음에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전세계적으로 대변혁의 시기였으며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리막이던 조선의 역사를 반짝하고.. 2018. 8. 8.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권정생    이오덕 선생님. 다녀가신 후, 별고 없으셨는지요? 바람처럼 오셨다가 제弟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일평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서 지껄일 수가 있었습니다. (p.9, 1973년 1월 30일 권정생)   거기 일직교회는 햇볕이 앉을 곳도 없었던 것 같던데 얼마나 추울까요. 약을 계속해서 잡수셔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어디 돈을 빌려서라도 약을 잡수시면 제가 가서 갚겠습니다. 그렇게 쇠약하신데도 책을 읽고 싶어 하시니,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반성됩니다. (p.124, 1979년 11월 9일 이오덕)   1973년 1월, 학교 선생님이자 아동문학가인 이오덕 선생이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찾아갑니다. 마흔 아홉의.. 2018. 7. 26.
건축 미생에게 전하는 젊은 건축가의 리얼 스토리 : 조성일 <한국에서 건축가로 살아남기> 건축 미생에게 전하는 젊은 건축가의 리얼 스토리 : 조성일 집을 짓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어떻게 짓겠다고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도면으로 나타내는 작업과 그 도면을 토대로 실제 집을 짓는 작업입니다. 전자가 설계, 후자가 시공입니다. 이 둘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 좋은 집이 나옵니다. 좋은 설계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설계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시공도 중요합니다. 둘 중 하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설계를 배우는 학생들은 5년제 '건축학과'로, 시공을 배우는 학생들은 '건축공학과'로 나뉩니다. 이십여 년 전, 제가 대학을 다닐 땐 이런 구분이 없어서 그냥 건축공학과에서 설계며 시공이며 다 배웠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때 쯤 자기의 적성에 맞춰 설계사무소나.. 2018. 7. 19.
너는 이 세상에 살아서는 안 될 놈이야 : 정유정 <종의 기원> 너는 이 세상에 살아서는 안 될 놈이야 : 정유정 집중할 일이 생기면 오히려 호흡이나 맥박의 속도가 뚝 떨어졌다. 얌전하거나 유순하거나 참을성이 많아서가 아니라, 흥분의 역치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이는 유진의 심장이 뒤려면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혜원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겁이 났다. (p.259) '피 냄새가 잠을 깨웠다.'로 소설은 시작한다. 잠이 깬 유진은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을 하고, 침대, 이불, 배게가 온통 피로 물들여 있고 자신의 옷에도 선지처럼 응고된 핏물이 붙어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피 냄새는 발작 증세의 신호가 아니라 진짜 피였다. 도대체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핏줄기가 타고 흐른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보니 주방 .. 2018. 7. 15.
산책,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 : 다니구치 지로 <산책> 산책,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 : 다니구치 지로 - 뭐가 좀 잡히나요? - 글쎄, 뭐가 잡힐까. 난, 그저 이 자리가 좋아서 나와 있어요. - .... - 날이 좋으면 여기 앉아서 낚시꾼 흉내만 내고 있죠. 이왕이면 아무것도 안 잡히는게 좋아요.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편이 나아요. 이만하면 됐잖소. 느긋하게 쉬면 그걸로 됐어요. - 느긋하다.... 느긋하다.... 하아 - 가끔 떠나고 싶을 때가 있어 - 나한테서? - 아니, 아니. 매일 아침 눈을 뜨기가 괴로울 때가 있다는 거야. 현실을 떠나서 영원히 꿈속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지. - 아직 소녀 같은 구석이 있네? - 그런가? 저는 인간이나 동물이 원래 조용한 생명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큰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스럽게 우는 사람을 일상.. 2018. 7. 13.
건축은 사물이 아니라 사연이다 : 김소연 <경성의 건축가들> 건축은 사물이 아니라 사연이다 : 김소연 한국의 현대 건축가는 항상 김중업 김수근으로 시작합니다. 근데, 그 이전은 어땠을까요? 두 분 선생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1950년대이니 그 이전이라 함은 한국전쟁 이전, 일제강점기 시절이겠군요. 명동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명동예술극장, 김구 선생이 살았던 집 경교장, 고대 연대 이대 등의 캠퍼스에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들 등 이 시기에 지어진 건물을 아직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들은 누구일까요? 솔직히 하나도 안궁금합니다. ㅋ 궁금하진 않았지만, 요런 책이 한 권쯤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을 만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은 '역시 있었군! 그럴 줄 알았어'를 한마디로 표현한 겁니다. 전통과 현대의 사이에 있는, .. 2018. 7. 7.
오일러 공식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 : 오가와 요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일러 공식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 : 오가와 요코 220 : 1+2+4+5+10+11+20+22+44+55+110 = 284 284 : 1+2+4+7+71+141 = 220 정답이야, 자 보라고, 이 멋진 일련의 수를 말이야.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한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 처음 우애수를 발견한 사람은 정말 훌륭하네요. 암 피타고라스였어. 기원전 6세기 때 얘기지. 그런 옛날에도 숫자가 있었나요? 물론이지. 숫자는 인간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아니 이 세상이 출현하기.. 2018. 7. 1.
역사를 보고 읽는 즐거움,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 : EBS <역사e 4권, 5권> 역사를 보고 읽는 즐거움,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 : EBS 1. 나라의 보물 국보 제7호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 유홍준이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에 나오는 비두리의 귀두도 이렇게 돌아보며 '잘있나?' 라고 물어보던데. 이 갈기비도 그렇네. 사진 출처 : http://choisinformation.tistory.com/437 보물 : 유형문화재 중에서 중요한 것 국보 : 보물 중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고 유례가 드문 것 국보를 10개만 알아보자. 5호까지는 외울 수 있다. 10개 다는 무린가? 국보 1호 : 서울 숭례문 국보 2호 : 서울 원각사지 10층 석탑 국보 3호 :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국보 4호 : 여주 고달사지 승탑 국보 5호 :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국보 6호 :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 2018. 6. 26.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과학입니다만 :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과학입니다만 : 이정모 # 1. 뇌줄기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이다. 멜라토닌은 낮에 햇빛을 받아야 만들어지고 밤에 분비된다. 수십만 년 전의 원시인들은 해가 지자마자 멜라토닌이 분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멜라토닌 분비시간이 점차 늦어졌다. 특히 사춘기가 되면 대개 밤 11시쯤부터 분비되기 시작해서 아침 9시가 지나도록 남아있다.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시간이 더 늦어진다. 게으르거나 게임과 핸드폰에 빠져서가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는 원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리적인 사이클이 있는 것이다. (p.31) 이거 우리 아이들이 읽으면 굉장히 좋아하겠는걸. 주말 아침에 아이들 밥 먹으라고 깨우는 날 보고 자게 좀 놔 둬 라고 핀잔을.. 2018. 6. 23.
나를 위한 넓고 방대한 지식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나를 위한 넓고 방대한 지식 : 채사장    우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부터 생각해보자. B는 창고에 가득 쌓인 구두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배를 한 척 구입한 다음 창고에 쌓여 있던 구두를 모두 실었다. 그러고는 멀고 먼 길을 항해해 아마존에 도착했다. B가 듣기로는 아마존에 있는 사람들은 아예 신발을 신지 않는다고 하니, 그곳은 정말 블루오션일 것이다. 배 구입비용, 인건비 등 시간과 비용이 매우 컸지만, 모두 해결하고도 큰 이익이 남을 것이다. 배가 해안에 도착하자 머리에 깃털을 꽂고 나뭇잎으로 하반신만 가린 원주민들이 환영했다. B가 말했다.  "구두 팔러 왔어."  원주민 족장이 말했다.  "줄 게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원주민들은 가진 .. 2018. 6. 22.
그래서 우리 사피엔스는 더 행복해졌는가?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그래서 우리 사피엔스는 더 행복해졌는가? : 유발 하라리 호모 사피엔스, 지구를 정복하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 근데 이 사피엔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벗어나 다른 동네로 가보기로 했다. 그곳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호모 에렉투스(똑바로 선 사람), 호모 솔로엔시스(솔로 계곡에서 온 사람), 호모 데니소바(데니소바인) 등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 사피엔스는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인간을 드디어 조우했다. 처음 만났을때 "안녕하세요? 우리는 사피엔스라고 해요. 우리 사이좋게 잘 지내봅시다. 서로 도와가며요." 라고 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요크셔테리어, 불독,.. 2018. 6. 9.
나의 일상과 가장 먼 곳 : 김유진 <어쩌다 한달 모로코> 나의 일상과 가장 먼 곳 : 김유진 1. 여행다운 여행을 떠난지가 꽤 오래되었다. 고 느껴져서 돌이켜보니, 인도 여행을 다녀온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2년도 안된 인도 여행은 전생의 일인 듯 기억 저편에서 까마득하다. 인도에서 보낸 시간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그런가. 그 도로가 고집스러워 보인 이유는 나이 스물 여섯에 졸업도 안하고 취업 생각도 없으며 심지어 대책도 없으면서 유럽은 가겠다는 고집의 내가 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겨 우겨 간 유럽에서 기어코 꽉 찬 달을 두 번이나 만났다. 그리고 오게 된 모로코는 내 꿈의 나라였고, 환상의 나라였다. (p.67) 2. 기억 저편에 있는 인도에서의 시간을 꺼집어내어 활자로 옮겨야 진정한 나만의 기록이 될텐데, 여태 미루.. 2018. 6. 9.
엄니가 해주시던 맑은 조기탕이 생각나누나 : 박찬일 <미식가의 허기> 엄니가 해주시던 맑은 조기탕이 생각나누나 : 박찬일    한겨울 새벽에 장을 보면, 내가 먹는 밥도 아닌데 목이 멜 때가 있다. 막 짐을 부려놓고 추운 길가에서 식은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는 까닭이다. 시장이란 본디 툭 터진 노상이라 바람 가릴 막조차 없게 마련이다. 배달받아서 먹는 그들의 밥상이 초라해 보이지는 않지만, 먹먹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배달이라도 받아 뜨신 밥을 드는 축은 낫다고 할까. 시장 노점에서 초라한 도시락밥을 꺼내어 국물도 없이 삼키는 할머니들을 보면, 아 이놈의 세상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p.244)   노가다라는 직업의 특성상 삼시세끼를 모두 밖에서 먹는다. 아침은 고봉민 김밥집에서 주는 아침 정식을 먹는다. 김치와 가지무침, 멸치볶음 같은 기본 반찬에 된.. 2018. 6. 8.
그리고 내 마음도 울렸다 : 할레드 호세이니 <그리고 산이 울렸다> 그리고 내 마음도 울렸다 : 할레드 호세이니 아버지의 손은 상처투성이였고, 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덮여 있었다. 아버지는 손에 삽을 들고 손톱 밑에 때가 덕지덕지 낀 채 태어났을 것만 같았다. (p.49) 1952년 아프가니스탄의 샤그바드 마을. 압둘라와 여동생 파리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새어머니가 낳은 아기 이크발과 함께 살고 있다. 파리의 어머니는 자신을 낳다가 죽었기에 파리에게 압둘라는 오빠 이상의 존재다. 압둘라도 요정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파리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다. 마치 부모처럼 동생을 먹이고 씻기고 돌본다. 동생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아버지가 정말로 어렵게 사준 신발을 공작 깃털과 바꾸기까지 한다. 압둘라의 아버지 사부르는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일자.. 2018. 5. 20.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노동자다 고로... : 이상헌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노동자다 고로... :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의 정책특보라는 저자의 약력에 눈길이 갑니다. 응? 국제노동기구는 머하는 데야? 유엔 산하의 노동 문제를 다루는 전문 기구라는 군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구요. 1919년에 생긴 꽤 오래된 기구인데, 1969년에는 여러 활동들이 인정되어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고 하네요. 1944년에 필라델피아에서 ILO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선언을 하였는데 이게 꽤 의미가 있습니다. 한번 볼까요? 필라델피아 선언 1.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2. 표현 및 결사의 자유는 부단한 진보에 필수적이다. 3.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에 대한 위협이다. 4. 궁핍에 대한 투쟁은 각국 내에서 불굴의 .. 2018. 5. 19.
맥주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슴눼다 : 다이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슴눼다 : 다이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백두산의 선셋 백두산 아래 (환하게 손을 흔들어 주는 언니가 인상적이다) 고려항공 승무원. 베이징에서 이륙 직후. 경찰이나 군의 검문을 피해 여러 갈래의 길을 이용한다. (사진 제목은 Long Way to Home이다. 아마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을 찍은 듯 하다.) 순안Sunan공항의 입국 심사대. 여권과 비자는 당근 필수. (저렇게 큰 모자를.... 근데 예..예쁘시다. 공항 이름이 Sunan이라고 적혀 있어서 수난공항? 이름치고는 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고 찾아봤더니 순안공항이라고 나온다. 평양의 공항 이름이 순안이다) 중국 접경지역에서 찍은 북한 군인 중국과의 국경. 국경의 군인 사진을 이처럼 찍는 것은 당근 금지되어 .. 2018.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