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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나도 그저 따라 짖었다 : 장정일 <공부>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나도 그저 따라 짖었다 : 장정일 "나이 50 이전까지 나는 정말 한 마리 개와 같았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어 대자 나도 따라 짖어댄 것일 뿐, 왜 그렇게 짖어 댔는지 까닭을 묻는다면, 그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탁오 , 이 책 p.81 장정일 1962년 1월 대구 출생이다.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 하급 공무원이나 하며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그에게 책 읽기는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군 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중3을 끝으로 학교와 인연을 끊는다. 19세 때 폭력 사건에 연루, 소년원.. 2017. 6. 5.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건..... :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건..... : 이언 매큐언 "원하는 게 뭐야, 잭?" "난 이 연애를 할 거야." "이혼을 원하는 거네." "아니, 난 모든 게 그대로이길 원해. 속이지 않고." "이해 안 돼." "아니, 이해할 거야. 당신이 언젠가 말했잖아. 오래 함께 지낸 부부는 남매 같은 사이를 염원할 거라고. 우린 이룬거야, 피오나. 난 당신 오빠가 된 거야. 포근하고 다정하잖아. 난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은 대단하고 열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어." "미쳤군" "열락, 흥분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경험. 기억은 해? 마지막으로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당신은 원하지 않는다 해도. 아니, 당신도 원할지 모르지." "그러면 우리 관계는 끝이야" "협박인가?" "엄연한 약속이야." (.. 2017. 6. 3.
단지 대통령 한명 바뀌었을 뿐인데.... : 문재인 이나미 <운명에서 희망으로> 단지 대통령 한명 바뀌었을 뿐인데.... : 문재인 이나미 은 노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기념사업을 넘어서서, 그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남은 자들의 도리일 것이다. 그와 오랜 인연이 있고, 그를 좋아해서만이 아니다. 그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요즘 말로 하면 '복지국가의 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더 넓은 뜻이다. 경제적 복지를 넘어서서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존엄한 세상을 뜻한다. 역시 그 토대는 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여생을 바쳐 연구하고자 한 '진보적 민주주의' 라는 것도 결국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였.. 2017. 6. 1.
74년생 최영주에게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74년생 최영주에게 : 조남주 아내에게 며칠전에 한 권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소설이라면, 좀 특별한 주인공이 겪는 좀 더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일반적일텐데, 이 소설은 조금 이상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82년에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오고, 적성에 맞게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업의 어려움을 약간 겪다 회사원이 되고, 그러다 결혼을 하고 예쁜 딸아이를 낳고 주부가 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여성이야기입니다. 이 평범한 여자의 이름은 김지영입니다. 평범한 여성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 이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김지영 씨가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게 이토록 만만치 않은 일인줄은..... 근데 이 김지영 씨 이야기가 자꾸 내 머리 깊은 곳에 있는, .. 2017. 5. 25.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승효상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승효상 죽은 자를 기념하는 장소 # 스웨덴 스톡홀름 '우드랜드' 우드랜드 공동묘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시립묘지로 화장시설과 예배당, 묘지가 자연경관 속에 스며들어가듯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릭 군나르 아스플룬드와 시구르트 레베렌츠의 공동작업. 1915년 설계를 시작하여 무려 25년만인 1940년에 완성됐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묘지 건축의 걸작. 글 및 사진 출처 : http://m.ajeju.co.kr/board/bbs/board.php? 우드랜드 안의 '회상의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의 언덕과 열두 그루의 느릅나무는 레베렌츠가 만든 경건한 신전이며, 여기서 '부활의 교회'까지 1Km에 이르는 길은 긴장과 이완.. 2017. 5. 23.
사침思沈이어야 사무사思無邪할 수 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침思沈이어야 사무사思無邪할 수 있다 : 신영복     # 1 오늘날의 문학, 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과감한 쿠데타이다. 그들의 '스폰서'(물주)로부터의 미련 없는 결별이다. 그들이 자기의 물주를 생산의 비호인으로서 갖고 있던, 소비의 고객으로서 갖고 있든, 어쨌든 그들 개개인의 결별이 아니라 집단적인 결별이라면 좋다. 그리하여 대중의 정의와 양심의 역사적 대하大河 속에 혼연히 뛰어들 때 비로소 문학, 예술은 고래古來의 그 환락의 수단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것이다. (p.25, 1969년 혹은 1970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쓴 글)   # 2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2017. 5. 21.
언젠간 나도 가보고 말테얏!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언젠간 나도 가보고 말테얏! : 빌 브라이슨 함메르페스트 올해는 태양의 활동이 왕성하여 오로라를 보기에 아주 좋은 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오로라를 보려면 하늘이 맑아야 하는데, 노르웨이 북부에서 맑은 하늘은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말도 이어졌다. "오로라를 보려면, 적어도 한 달은 잡고 오셔야 해요!" "한 달이나요?" "최소한 한 달이죠." 한 달이라. 유럽에서 가장 춥고, 어둡고, 오지인 곳에서 한달.... 이 얘기를 여러 사람에게 했지만 모두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덜컹이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있다. 이제 돌이킬 수도 없게 되었다. (p.27) 파리 퐁피두 센터 같은 건물에 대해 정말 맘에 안 드는 점은 그저 과시하기 위한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파리는 이런 건물로 .. 2017. 5. 8.
파인만씨, 재미있게 잘 사셨네 : 리처드 파이만 <남이야 머라 하건> 파인만씨, 재미있게 잘 사셨네 : 리처드 파인만 Ep. 1 딕 아저씨 : 세상에는 모든 숫자들의 두 배되는 숫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9살 파인만 : 아니야, 안 그래요! 딕 아저씨 : 사실이야, 가르쳐 줄께. 숫자를 하나 말해 보렴. 9살 파인만 : 100만 딕 아저씨 : 200만 9살 파인만 : 27 딕 아저씨 : 54 9살 파인만 : 알겠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모든 숫자들의 세 배되는 숫자들이 있다고 해도 되겠는데요. 딕 아저씨 : 그렇다면 이 세상에 제일 큰 숫자란 것이 있는 걸까? 9살 파인만 : 아뇨, 왜냐하면 어떤 숫자든지 그 숫자의 두 배 또는 세 배되는 숫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는 100만 배가 되는 숫자도 있을 수 있어요. 딕 아저씨 : 맞았어. 그렇게 끝없이 숫자가 계속 커.. 2017. 5. 7.
그냥 내 자신을 견디고 있는 나에게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그냥 내 자신을 견디고 있는 나에게 : 헨리 데이빗 소로우 1845년의 3월 말경,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 들고 월든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내가 집을 지을 장소로 봐둔 곳이었는데, 나는 집터 바로 옆에 자라던 곧게 뻗은 한창때의 백송나무들을 재목감으로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p.68) "그냥 내 자신을 견디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두통이 시작되었다.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아니라, 머리가 아프구나 라고 자각할 정도의 미미한 통증인데, 이게 꽤 신경이 쓰인다. 퇴근 무렵이면 증세가 좀 심해지지만, 업무가 종료되고 약간의 운동과 샤워를 하고 나면 없어진다. 아침에는 배가 아픈 일도 잦다. '오늘은 진짜 회사 가기 싫어' 라고 생각이 들면 배도 많이 아프다. 그런데 막상 출근하고 나면.. 2017. 5. 1.
굿바이 마이 딜쿠샤 : 최예선 정구원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굿바이 마이 딜쿠샤 : 최예선 정구원 그것은 한 장의 오래된 흑백 사진이었다. 제법 높다란 언덕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그 뒷편으로 꽤 큰 벽돌풍의 2층집이 있다.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길고 높은 창, 뾰족 지붕, 고상한 자태이지만 어딘지 모를 친근감이 있다. 앞쪽으로 난 문으로 금방이라도 금발의 아이들이 뛰어나오고 그 뒤를 따라 웃음을 머금은 마음씨 좋은 부부가 담소를 나누며 마당으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언젠가 꿈에서 본 궁전이 바로 저 모습이려나.... 사진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85202 사진 출처 : http://article.joins.com/news/blognew.. 2017. 4. 29.
위대한 개츠비는 과연 위대한가?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과연 위대한가? : 스콧 피츠제럴드 # 위대한 개츠비의 서문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P.15) # 개츠비의 키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자신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의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이 아가씨와 입을 맞추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을 그녀의 불멸의 숨결과 영원히 하나로 결합시키면, 그의 심장은 하느님의 심장처럼 다시는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별에 부딪힌 소리굽쇠.. 2017. 4. 16.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 이시백 이한구 <당신에게, 몽골>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 이시백 이한구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평소에 열심히 일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마음의 어떤 여유도 없이, 저녁이면 녹초가 될 정도로 일했습니다. 이 정도면 '열심히 일한 당신' 축에 낄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떠납니다. 근데,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듯, 떠나 봤자 겨우 며칠 입니다. 일주일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나에게 천금같은 그 시간을 대충 때울 수는 없습니다. 아주 알차고 빡빡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잠은 되도록 안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다음 일정을 향해 떠나는..... 그래서 다녀오면 녹초가 되어버리고 마는, 그런 여행을 했더랬습니다. 고비(Gobi)는 그렇게 '없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럼 뭐가 있느냐고.. 2017. 4. 14.
나는 이런 책도 읽어 봤다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런 책도 읽어 봤다 : 다치바나 다카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혹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책읽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며, 어떻게 읽고 있으며, 얼만큼 읽고 있으며, 언제 읽으며,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무엇이며, 어떤 책을 권하고, 읽고 난 감상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이런 것들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뭐, 아마추어들의 재잘거림입니다. 근데, 아주 고수들은 어떨까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 라는 코너가 있는데, 울나라 거의 모든 방면의 명사들이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와 책 이야기를 합니다. 표창원 아자씨의 내 인생의 책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 , , , 를 꼽았습니다. 기.. 2017. 4. 1.
내 존재의 무게는 얼마인가?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 존재의 무게는 얼마인가? : 밀란 쿤데라 # 영원회귀 다음 생을 믿는가? 지금의 힘든 삶을 견디면 다음 생은 좀 더 나은 삶이 될 것이라 믿는가? 니체의 영원회귀는 다음 생도 이번 생과 똑같다는 사상이다. 그것도 무한히 반복되는.... 지금 사는 삶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니체는 "지금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고 말했다. 지금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면 영원히 고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순간에 충실하라! Amor Fati!! # 키치 Kitsch 싸게 만들다 라는 독일어 동사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저속한 상품이라는 뜻. 겉은 그럴 듯 하지만 속은 알맹이가 없는 것. "키치는 간접 경험이며 모방된 감.. 2017. 3. 26.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 박노자 <주식회사 대한민국>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 박노자 1. 저자는 을 통해 죽창의 그림자마저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답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요인은 '성장 신화'의 지속이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 성장속에서 어느 정도의 생계 안정을 이룩한 부모 세대의 지원에 힘입어 실업자가 돼도 굶을 일은 없는 많은 젊은이들은, 한편으론 '헬조선 지옥도'를 그리면서도, 한편으론 경제성장과 각자의 노력이 결국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자기 탓'으로 쉽게 돌린다. 성장이 둔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크, 아직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모양이다. 재벌경제가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다수의 삶이 나빠지기만 하는 경험을 앞으로 몇 년은 더 해야, '.. 2017. 3. 19.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그리고 노란 나비의 꿈 : 윤미향 <25년간의 수요일>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그리고 노란 나비의 꿈 : 윤미향 "아빠, 주말에 서울 올라갈께요." 엥? 서울 온다고? 설마 아빠랑 놀아줄라고 오는 건 아니..... 춤을 배우고 있는 딸은 서울에서 원뽀인트 레쓴을 신청했는데, 서울 구경도 할 겸, 아빠랑 놀 겸 해서 토요일 일찍 올라온다는 겁니다. 하~~ 온전히 딸과 보낼 수 있는 1박2일이 생겼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후로 갑자기 바빠집니다. 동선을 짜야 하고 숙박도 정해야 하고, 뭘 먹을지도 정해야 합니다. 아, 근데 진짜 어딜 가지? 그렇지! 토요일이니 저녁부터는 광화문 촛불 집회에 가면 되겠고나! 집회에 딸과 둘이라니!! 야~~ 신난다!! 그럼 낮에는? 사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딸이 올라온다고 했을 때 바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2017. 3. 6.
이토록 치열한 글쓰기라니.... :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나의 투쟁> 이토록 치열한 글쓰기라니.... :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을 책으로 쓰면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될까? 격랑의 시대에서 질풍노도의 시간을 거쳐온 어른들이 흔히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거야!" 이렇게 말씀하신다. 삶의 굴곡이 많았던 이들만 그럴까? 그저 담담하게 평범한 시간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물과 감동의 스토리가 있다.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은 한편의 장대한 대하소설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든 이는 없다. 삶의 자취를 모두 기억하여 글로 옮기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책으로 냈다 하더라도, 그의 삶이 어느 정도 드라마틱한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의 스토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딱히 궁금하지.. 2017. 3. 5.
문풍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들어오다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한옥, 구경> 문풍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들어오다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보슬비가 오면 정확히 기단 아래로 마당이 고요히 젖어 들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저녁이면 고고히 안에서부터 빛을 내며 창문들이 서 있다. 장마가 오면 심장이 울릴 정도로 큰 빗소리가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겨울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마당 하나로 흰 눈이 가득했다. 잭 키츠의 그림 동화 의 피터처럼 우리들은 신나게 나가 눈을 치며 놀았다. (p.15) # 1. 대구 삼덕동 임재양 외과 한옥 병원과 일본식 주택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대구 삼덕동 임재양 외과.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이 설계한 이 병원은 2012년 대구시 건축상 금상을 수상했다. 기존 터에 자리한 한옥과 적산 가옥을 그대로 살려 켜켜이 쌓인 시간과 도시 역사.. 2017. 2. 27.
오로지 영화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 : 정성일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오로지 영화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 : 정성일    나는 영화가 진정으로 흥미롭게 생각되는 시간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라고 믿는다. 우리는 영화를 경유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다음 별달리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심지어 영화가 끝나자마자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무엇을 보았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 그래서 내가 오늘 오후에 두 시간 동안 사실상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서 거리를 오가면서 느낀 풍경의 아름다움만이 유일하게 위로가 될 때, 나는 영화관을 나서면서 문득 스산한 시간의 공허를 느낀다.    우리가 무언가 했는데 거기서 배움이 없을 때 그 시간은 죽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33).. 2017. 2. 19.
우리 시대의 건축학 개론서 :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우리 시대의 건축학 개론서 : 서현 "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 이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되어 있지 않다면 위험하다. 이 질문의 대답은 질문자 스스로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보아야 한다. 대상의 감상과 판단은 스스로 하여야 한다. 건축의 가치은 멋있다고 표현될 수 있는 것 너머에 있다. 건축은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의 사고 구조를 우리가 사는 방법을 통하여 보여주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다. (p.321) 사진 출처 : SPACE Magazine 사진 출처 : http://badabooks.tistory.com/299 김옥길 기념관은 콘크리트 건물이다.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건물이다. 아니 콘크리트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이것은 건축가의 집요한 작업 결과물이다. 건축가는.. 2017. 2. 19.
친밀한 관계속의 거대한 폭력에 관한 보고서 :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 친밀한 관계속의 거대한 폭력에 관한 보고서 :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 인류는 가족 제도의 응원 속에 한 인간이 '아내'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를 건설해 왔다. 그것을 사소한 문제, 탈정치적 문제로 치부해 왔고 철저히 비가시화했다. 남성 문화는 자기가 '정복한' 여성은 구타해도 된다고 약속했다. 오랫동안 남성과 여성의 섹스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고 소유되는 절차였다. 부부 강간이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다. 가정 폭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폭력이다. (책 머리말) 이슬람 여성들은 언제 어디에서도 무슬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녀들의 독특한 의상 덕택입니다. 옷의 주 목적은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는 데 있.. 2017. 2. 6.
파란만장한 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삶과 사랑 : 신현규의 꽃을 잡고 파란만장한 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삶과 사랑 : 신현규의 꽃을 잡고 꽃을 잡고 하늘하늘 봄바람에 꽃이 피면 다시 못잊을 지난 그 옛날 지난 세월 구름이라 잊자 해도 잊을 길 없는 서러운 이내 맘 꽃을 들고 놀던 것이 어제련만 그 님은 가고 나만 외로이 생각할수록 마음이 서럽지 않으랴 울지 않을 수 없어 꽃을 잡노라 (p.125) 오산월 평양 기생으로 많은 사진과 엽서의 주인공이다. 일본 동경에서 여급이 되기도 하였고, 후에 유망한 엔지니어와 행복한 결혼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받았다. (인물 소개 : 책 195p)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pzkpfw3485/2242153 장연홍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얼짱' 기생이다. 14살에 데뷔하였다. 춤이며 노래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평양.. 2017. 1. 31.
시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 김도언의 세속 도시의 시인들 시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 김도언의 세속 도시의 시인들 아직 멀었다 지하철 광고에서 보았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그 이유는,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얼마나 높고 넓고 깊고 맑고 멀고 푸르른가. 땅 위에서 삶의 안팎에서 나의 기도는 얼마나 짧은가 어림도 없다. 난 아직 멀었다. 이문재 시집 73페이지에 수록된 시 다시 디아스포라 한국에서 태어나 아직도 서울에 정착하지 못했으니 나 역시 난민이었다. 나는 내국 디아스포라였다. 서울에서 서울에 정착하지 못한 나는 종이 위에 쓴다. 한 사람을 바꿀 수 없어서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아니, 나는 나를 바꿀 수 없어서 한 사람을 바꾸지 못했다고, 그래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 2017. 1. 30.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하는 것이 낫다 : 김동조의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하는 것이 낫다 : 김동조의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1955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1957 사진 출처 : http://magazine.notefolio.net/features/mark_color 자신의 작품 앞에 선 로스코 위의 작품 및 사진 출처 : http://magazine.notefolio.net/features/mark_color 환자들이 죽기 전 마지막 몇 주를 보내는 요양원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로니 웨어 쓴 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진 후회의 목록은 비슷하다고 하는 군요.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을 살았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내.. 2017. 1. 29.
콜럼바인 총기 사건, 그리고 그 후... :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콜럼바인 총기 사건, 그리고 그 후... :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 책에 담긴 궁극적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내 자식을 내가 모을 수 있다는 것. 아니 어쩌면 자식을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렵게 생각되는 낯선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나 딸일 수 있다. (p.11) 미국 콜로라도의 리틀턴의 평범한 환경에서 자란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유쾌한 형과 같이 놀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400달러 짜리 중고차를 사서 아빠와 함께 고치기도 하였고, 장애 학생을 돕은 직업을 가진 엄마와 함께 요리도 즐겨 했습니다. 리틀 야구단에서 투수로도 뛰었고, 컴퓨터를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도 합격하여 미리 자기가 다닐 대학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경제적.. 2017. 1. 21.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한국은 돈만 있으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 청담동에 사는 고등학생 '기춘이'는 공부에 별 뜻이 없습니다. 대학에 갈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기춘이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강남의 용하다는 학원은 다 다닙니다. 쪽집게 과외도 받습니다. 효과가 꽤 있습니다. 공부에 성의가 있지는 않았지만 고려대 법대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금전적인 이유로 어떤 학생은 적절하고 유효한 교육을 받고, 또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한 것은 정당하고 공정할까요? '기부 입학'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습니다. '유라'는 말을 잘 탑니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 2017. 1. 8.
168명 VS 80,000명. 그 결과는?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168명 VS 80,000명. 그 결과는?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168명 VS 80,000명, 피사로와 아타우알파와의 역사적 대전   1532년 11월 16일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 이름만으로는 최강와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마주칩니다. 아타우알파는 아프리카보다 큰 대륙인 아메리카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의 절대 군주였습니다. 그의 곁에는 방금 전쟁을 승리로 마치고 돌아온 8만 대군이 있었습니다. 물론 수백만의 열혈 백성의 응원이 있는 홈 경기였죠.     반면에 피사로는 고작 168명의 스페인 오합지졸로 .. 2016. 12. 25.
타인이 낭독하는 그르니에의 섬을 듣다 : 장 그르니에의 섬 타인이 낭독하는 그르니에의 섬을 듣다 : 장 그르니에의 섬 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얻는 위대한 계시란 매우 드문 것이어서 기껏해야 한두 번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시는 행운처럼 삶의 모습을 바꾸어놓는다. 살려는 열정, 알려는 열정에 복받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와 비슷한 계시를 제공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감동시킬 대중을 발견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이제는 새로운 독자들이 이책을 찾아올 때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독자들 중의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 2016. 12. 17.
그 많던 궁궐은 어디로 갔을까? : 우동선 박성진 외 <궁궐의 건축, 백년의 침묵> 그 많던 궁궐은 어디로 갔을까? : 우동선 박성진 외 궁궐에 가면 가장 멋진 위치에 제일 크게, 제일 폼나게 자리잡은 건물이 있는데, 이걸 정전正殿이라 부릅니다. 경복궁의 정전은 근정전(부지런히 백성을 돌봐라)이구요, 창덕궁의 정전은 인정전(인자하게 백성을 돌봐라)입니다. 창경궁은 명정전(밝게 백성을 돌봐라)이구요, 덕수궁의 정전은 중화전, 경희궁慶熙宮의 정전은 숭정전崇政殿입니다. 근데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은 두개랩니다. 설마라구요? 저도 안믿었습니다. 심지어 그 숭정전이 동국대학교 안에 있댑니다. 그럴리가?? 왜?? 이런 건 직업 눈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전 갈 일이 없는 동국대학교에 가 봤습니다. 이게 오리지날 숭정전이다. 응? 현판은 정각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 이 건물은 동국대.. 2016. 12. 16.
내가 쓰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 김민영 외 4인의 이젠, 함께 쓰기다 내가 쓰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 김민영 외 4인의 이젠, 함께 쓰기다 공부 모임을 몇개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좀 독특한 게 있는데요, '서평독토'라는 아주 그럴싸한 이름의 모임이 주인공입니다. 여느 독서 토론의 모임과 마찬가지로 책을 정하고 논제를 정해 책에 대해서 토론을 합니다. 1시간 가량의 토론이 끝나고 2부가 이어지는 데요, 일단 그 책에 대한 서평을 각자가 써 와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서평을 낭독합니다. 아이씨~~쪽팔리게.... 그러면 다른 이가 자신의 서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일단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이 없어서, 책이 이해가 잘 안되서, 읽을 땐 막 흥분했는데 그걸 표현하려니 막막해서...... 2016.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