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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옛날 이야기를
이거 해석 쫌 해도고.야~~ 이거 언제적 편지냐? 2000년도 다이어리에 낑기가 있는 거 주섰다.이걸 아직 가지고 있는 게 용타. 아직 해석 안한 거는 더 용하고. 번역해가 올리라.안 알랴줌. 니가 직접 해보시게. 오래된 친구에게서 카톡이 날라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 히로시마 대학교를 지을 때 친구에게 쓴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친구가 뜬금없이 보내온 겁니다. 편지가 반가왔고, 그걸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친구가 더 반가왔습니다. 어릴 때 부터 함께 자란 친구입니다. 세상에서 친구가 가장 중하다고 여길 때 함께 놀던 친구입니다. 다들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고 이젠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없습니다. 명절이나 친구들 부모님의 부고가 있을 때 얼굴을 봅니다. 편지를 보니 20대의 그 까마득한 시절로 다시 돌아갔..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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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되는 비법서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2003년에 닉 보스트롬이 라는 논문을 냈다. 이 논문은 '인류 문명이 발달하다보면 언젠가는 컴퓨터로 인간의 의식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라는 전제를 제시했다. 물론 현재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밀리초당 10의 17승 정도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가 나오면 인간의 뇌를 재현할 수 있으리라고 추측했다. 이 전제를 받아들일 경우 아래 세 가지 명제 중에서는 하나는 분명히 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1. 인류는 의식 재현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하기 전에 멸망할 것이다.2. 기술력에는 도달하지만, 의식을 재현해내는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3. 기술력에 도달하고 시뮬레이션을 만든다. 일단 2번은 거짓이다. 인간이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면, 내가 주인공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만들지 않..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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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이히만들 : 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윤석열 탄핵 심판이 한창 진행중이다. 계엄령 부역자들에 대한 재판 및 청문회도 진행하고 있다. 계엄과 관련하여 명령을 한 자들, 명령을 받아 수행한 자들, 그리고 그 명령을 거부한 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주무 장관들, 장관 밑에 있던 차장들, 국정원의 요원들, 그리고 군인들이 나와서 계엄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헌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그럴 작정이 전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계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옮고 그름을 판단한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말들이었다. 이 책에서 유시민 작가도 언급했지만, 나치의 핵심 권력자이며 홀로코스트 기획회의에도 참가했고 유대인 학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아이..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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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을 구형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 김현서 <김병곤 평전>
영광입니다! 검찰관님, 재판관님. 영광입니다. 사실 저는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민중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 젊은 목숨을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213쪽) 오래전에 이 책을 데리고 와서 두었는데, 읽지 못했습니다. 나는 와 안읽는데? 하고 책이 자꾸 쳐다봤습니다. 쉬이 읽을 책이 아니라서 손이 안갔을까요? 책이 보내는 눈길이 심상치 않아 책을 끼고 도서관에 갔습니다. 김병곤 열사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우리 고장 출신에,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 법정에서 현대사에 길이 남을 최후 진술(위의 글)을 했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 사실을 안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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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603쪽) 역동의 시대에 다양한 인물들이 자기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어떤 이는 세상과 타협하며 살고 어떤 이는 어려운 시대임에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찾아간다. 삶의 갈림길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삶이 더 나았다고 할 수 있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각 인물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볼 수 있으며, 그래서 누구의 삶이 더 나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옥희의 지원을 받아 성공한 한철은 성공을 위해 옥희를 버리고 성수의 딸을 선택한다. 이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욕을 한바가지 먹어도 싸다. 옥희는 왜..
202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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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도리, 당신의 품에서 비를 긋다 : 배삼식 <3월의 눈>
아마야도리라는 일본말이 있습니다. 사다 마사시의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일본어로는 雨宿り라고 씁니다. 한자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비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처마 밑이나 그 비슷한 곳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 또는 그 행동을 말합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 어떡하지? 우산도 없는데. 소나기 같으니 일단 저 건물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잠깐 기다리자. 그래서 비를 잠깐 피하고 있는데, 예쁜 여자가 머리에 맞은 비를 훔쳐내며 이 처마 밑으로 들어오네. 눈이 마주쳤다. 어, 말을 걸어야 되나? 뭐라도 해야 하나? 손수건을 건내면 많이 오반가? 네, 그렇습니다. 잠깐 비를 피하는 것이라는 뜻의 아마야도리는 그 단어 자체로도 좋지만, 그 단어에서 파생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기대감이 있습..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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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딸이 아버지를 보내며 :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1.인물은 박색이었으나 방물장수의 목소리는 갓 지은 찰밥처럼 좌르르 윤기가 흘렀다. 사회주의자고 뭐고 남자란 죄 야들야들한 암컷 앞에서 흐물흐물 녹아나는 모양이었다. 안방에서 귀를 세운 나는, 그렇다면 사회주의보다 더 강력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봐도 지극히 현실적인 결론을 뇌세포에 각인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콩 심은 데 반드시 콩이 나는 것은 아닌 법이다.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의 피를 받고 그런 아버지의 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자다. 남들에게는 빼도 박도 못하는 빨치산의 딸이겠지만. (11쪽) 2.어머니는 몇시간 전 세상 떠난 아버지가 북한을 비판하면 파르르 날을 세우던, 누가 보면 천생 사회주의자였다. 그런데 기실 어머니의 사회주의란 첫사랑, 좀 더 풀어..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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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를 끊고 싶습니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화장실에 가면 30분은 기본이고 한 시간도 앉아 있습니다. 일 하다가 잠깐 핸드폰을 봤는데 한 시간이 넘게 지났습니다. 밤에 잘 때는 두어 시간은 그냥 가버립니다. 쇼츠 이야기입니다.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쇼츠를 비롯한 유튜브입니다. 쇼츠를 보는 시간도 아까울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이넘에게 질질 끌려다닌다는 겁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해야지 하며 계획을 세웠지만 이넘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또 후회하고,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에잇, 될대로 되라며 대충 삽니다. 핸드폰을 없애버릴까요? 아님 어르신 폴드폰으로 바꿀까요? 이런 극단적인 선택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요? '쇼츠를 끊어버리자'는 결심만으로는 잘..
202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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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가치가 있는가? : 수나우라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
싱어 : 당신이나 당신 아이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고, 그 비용도 겨우 2달러에 부작용도 전혀 없는 알약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 알약을 사용할 겁니까? 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알약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테일러 : 글쎄요, 제가 볼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싱어 : 그럼 당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고요? 테일러 : 절대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싱어 : 정말요? 테일러 : 장애인들은 항상 그런 질문을 받아왔어요. 장애인들이 그런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할 수도 있다는 걸 비장애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울 겁니다. 싱어 : 그럼 왜 당신이 그 알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인지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테일러 : 저는 예술..
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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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다 : 데이비드 심 <소프트 시티>
유럽은 자전거의 천국입니다. 자전거가 취미나 동호회 수준이 아니라 정말 하나의 교통 수단입니다. 자전거는 아주 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 어딜 가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유럽 국가, 그리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지난 유럽 여행때 암스테르담에서 4일 정도 머물렀는데, 자전거를 빌려 다녔습니다. 하루는 자전거로 한적한 길을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쓩~~ 하고 추월하길래 보니 할머니였습니다. 무슨 자전거 축지법을 쓰는지 편안하게, 하지만 무지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계셨습니다. 젊은 여자들도 치마 자락을 휘날리며 페달을 밟고 있었습니다. 아, 네덜란드는 이런 나라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구도심과 신도시, 시외,그리고 잘 정비된 ..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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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의 아니키스트 : 야마다 쇼지 <가네코 후미코>
1. 내가 무적자라는 게 나의 죄일까? 나는 무적자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아는 일이었고, 그 책임도 두 사람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는 나에게 그 문을 닫아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경멸해 마지않았다. 육친인 할머니마저도 내가 무적자라는 이유로 멸시하고 협박했다. (, 본문 44쪽) 가네코 후미코는 1903년 1월 25일 요코하마시에서 장녀로 태어난다. 어릴 때는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아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1912년 충청북도 청주군 부용면 부강리에 있는 고모 집안에서 성장한다. 7년 동안 조선에서 살면서 학대를 받은 그는, 비슷한 처지에 있던 조선인들에게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지게 된다. 2.지금까지 얇은 베일에 싸여 있던 세상의 모습이 점..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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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었다 : 한강 <희랍어 시간>
한강 작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여덟 살 때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주산학원의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맹렬한 기세여서,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현관 처마 아래 모여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도로 맞은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 그 처마 아래에서도 수십 명의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선 사람들과 건너편의 저 모든 사람이 '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저 비를 보듯 저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를 보고 있다. 내가 얼굴에 느끼는 습기를 저들도 감각하고 있다. 그건 수많은 일인칭들을 경험한 경이..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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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가 독방에 갔다 내 그럴 줄 알았다 : 강만길 <20세기 우리 역사>
계엄령 발표 이후 온 나라의 관심은 대통령 탄핵이었다. 결국 오늘 대통령은 체포되었다. 이제 대통령은 햇볕을 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곧 구속이 되고, 파면이 되고, 감옥에 갈 것이다. 돌이켜보면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빨리 계엄 해제를 하지 않았다면, 시민들이 국회로 모이지 않았다면, 양심 있는 군인이 없었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런 멍청한 인간들로부터 위협 받을 정도로 얇았던가? 아니면 이렇게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힘이 대단한가? 물론 후자긴 하지만 그래도 반성할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 시민들이 힘겹게 쌓아올린 이 민주주의를 무자비하게 밀어버릴 시도를 했던 주도자를 철저하게 심판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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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어두운 겨울밤에 따스한 슬픔의 불빛이 켜진다 : 클레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11쪽, 소설의 첫 문장) 1985년 겨울,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뉴로스, 여기에 사는 펄롱은 땔감과 석탄을 팔면서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가 없었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많은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바르게 성장했고, 지금은 아내와 다섯 딸을 돌보며 지역에서도 신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좋은 남자이자 남편이고 아버지다. 그런 펄롱 덕에 그의 가족은 물질적인 어려움 없이 단란하고 행복하다. 어느 날 땔감을 배달하러 간 수녀원..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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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 회고록 : 이은숙 <서간도시종기>
들이가 서울에서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한 짐이 있어 차를 몰고 서울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갔다오기는 부실한 허리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오후쯤 출발해서 하루 자고 다음날 짐을 찾아 오기로 했습니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에, 딸과 함께 하는 일정이라 신났습니다. 반나절 정도의 데이트 코스를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떠오른 건 이회영 기념관입니다. 몇 달 전 새로 개관했다는 소식을 얼핏 보았는데,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래, 우당 선생이면 당연히 가서 뵈어야지. 지도를 찾아보니 경희궁 뒷쪽입니다. 근처에 딜쿠샤가 있습니다. 복원하기 전의 황량한 딜쿠샤를 간 적이 있었는데, 이젠 깨끗이 단장한 딜쿠샤도 만날 수 있겠군요. 주차는 서울역사박물관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서울역사박물관 - 경희궁 - 홍난파..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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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교육실천가 강성갑 : 홍성표 <한얼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대학을 나오고 서울 바닥에 눌러 앉아 월급쟁이나 할 생각은 버리고 농촌으로 오시오. 농촌을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은 조국을 움직이게 됩니다. 한 5년이나 10년, 딴 생각말고 농촌에 묻혀 농민들을 도우며 그들와 더불어 사는 사람만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될 겁니다.” 1949년 여름, 연희대학교의 강당에서 강성갑 선생이 했던 말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은 농업이었고, 국민들의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였기에 농촌의 문제가 곧 나라 전체의 문제였다.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소수의 지주와 다수의 소작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분상의 문제, 빈부격차, 차별 등은 해방이 되어서도 가장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였다. 선생은 이것을 해결해야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 믿었다. 강성갑 선생은 1912..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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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인물을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다 : 박용규 <우리말 우리역사 보급의 거목 이윤재>
김해인물열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2015년에 김해뉴스에서 발행한 것으로 우리 고장 출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인물로는 임진왜란 김해를 지킨 사충신, 조선 사기장의 대모 백파선, 김해 부사 성재 허전, 조선말 문인화의 대가 차산 배전, 차산의 여인이자 시인 지재당 강담운 등이 있습니다. 근대에 와서는 독립운동가 배치문, 배동석 의사, 소눌 노상직 선생과 대눌 노상익 선생, 교육자인 강성갑 선생, 그리고 한글학자인 눈뫼 허웅, 한뫼 이윤재 선생 등이 나와있습니다. 현대까지 넓히면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고장 출신입니다. 생가와 묘소, 그리고 기념관은 김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 지역 출신의 인물은 많지만 그들을 기념하는 공간은 봉화마을을 제외하고는 그리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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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를 졸업하며 : 이철국 <아이는 당신과 함께 자란다>
막내가 졸업을 합니다. 2018년에 산이가 간디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이어 들이가 입학을 하고 하나씩 졸업을 하더니 이제 막내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그 말은 7년 동안 문턱이 닳아 없어질 만큼 학교를 들락거렸던 나도 졸업이라는 겁니다. 졸업 전날은 축제라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도 한꼭지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대안 학교에 다니면서 제가 배운 걸 요약하면 '아이를 내버려둬라. 믿고 지지하면서 기다리면 아이는 성장한다.' 입니다. '그래, 잘 알겠어. 근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졸업생인 산이와 들이, 그리고 준휘가 함께 있어서 졸업생들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청춘은 지니의 마법같은 환상이 아니다...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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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겠다 : 이수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20년을 다니던 회사를 뛰쳐 나온 건 이렇게 살려고 했던 게 아니다. 늘 바쁘다.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 아침에 출근을 해서 적어도 12시간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데,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책 읽을 시간, 글을 쓸 시간, 사색을 할 시간, 나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저 앞에 닥친 일만 해내기 급급했다. 5년 전 회사를 나올 때 상상했던 모습은 아닐터. 차분하게 지난 일과를 둘러본다. 어떤 것들이 나의 여유를 빼앗아가고 있는지, 나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지. 나쁜 습관, 나쁜 생각을 추려내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한다.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실행한다. 첫 번째는 바둑이다. 적게는 하루 삼십 분, 많게는 두 시간을 쓴다. 바로 끊는다. 두 번째는 쇼츠다. 다른 영상..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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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광의 시대는 지금입니다 : 오주환 <잘 살고 싶은 마음>
간디고등학교는 3학년이 되면 졸업작품을 만듭니다. 음악을 하는 강이는 자작곡으로 음악 앨범을 만든다고 합니다. 맛봬기만 조금 들려줘 라고 부탁했으나 단호히 거절당했습니다. 졸업 작품 발표회에 쇼케이스를 한다고 했습니다. 안가볼 수가 없습니다. 앨범은 3년 동안 만든 곡 중에서 9곡을 골라 다시 편집하여 비일상화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힘들거나 우울할 때, 누구보다 더 잘하고 싶을 때, 누군가를 떠나 보낼 때, 사랑을 느낄 때, 내 모습이 미묘하게 다를 때, 바닥 밑 지하를 보았을 때, 더러운 마음을 씻어낼 때, 지나쳐간 것을 성찰할 때 라는 테마를 담았다고 합니다. 만들면서 정신적으로,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며 성장했다고 합니다. 쇼케이스 콘서트는 훌륭했습니다. 절친들의 연주도 좋았고, 곡..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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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살 조각 받아서 뭐하게 :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라는 주택이 있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 할배의 작품이다. 잘 날게 설계된 비행기가 좋은 비행기이듯 잘 살게 설계된 집이 좋은 집이라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담겼다. 할배는 극단적으로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까지 표현했다. 건축과에 들어가서 '현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걸 이 집으로 배웠다. 모더니즘의 시초라 불리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 주택은,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그냥 심드렁하다. 온 세상의 주위에 널린 게 이런 집이다. 현대의 시점에서 보면 빌라 사보아는 지극히 평범하다. (이 집은 1930년에 지었다. 고전주의 건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시점이다. 그런 상황을 상상한다면 이 집은 혁명 그 자체다. 사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빌라 사보아의 흉내만 내는 건축물들이 수두룩하다...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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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의 시국선언 : 김준철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
이왕 대통령 한 거, 가진 아이템이나 다 써보자 싶어 한 계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름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진짜 국회를 장악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그래서 대통령한테 조금이라도 반기를 드는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처단할 계획이었습니다. 만일 시민들이 그렇게 빨리 국회에 모이지 않았더라면, 하늘길이 안 막혀서 계엄군이 좀 더 빨리 국회에 왔더라면, 국회위원들이 좀 지체해서 늦게 모였더라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습니다. 여태 무능하게 나라를 다스리더만, 비상 계엄도 역시 무능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습니다. 이제 이 미친 놈이 무슨 짓거리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나쁜 마음 먹고 정은이 형아한테 미사일도 쏠 놈입니다. 계엄도 했는데 미사..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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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종북 반국가세력은 누구예요? 조국 <디케의 눈물>
요즘 되는 일도 별로 없고, 주식 시장도 꽝이고, 그래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라고 누워서 뒹굴거리는 저 같은 백성들을 위해 대통령께서 지난 밤 깜짝 이벤트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방에서 쇼츠를 뒤적거리고 있던 나에게 딸이 뛰어와서 급박하게 말했습니다. "아빠, 대통령이 나와서 계엄인가 머시긴가를 한대요." 카톡이 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마이티비를 여니 실시간 생중계를 합니다. 말로 한 비상계엄 선포가 믿기지 않아, 그래서 이게 뭔 일이냐 하며 어리둥절한 저같은 백성을 위해 대통령께서는 좀 더 실감나라고 탱크와 헬기도 보내셨습니다. 여의도 국회에는 총까지 든 무장한 계엄군을 보내어 박진감 있게 연출을 하셨습니다. 아주 스펙타클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신속하게 국회에 모여 계엄을 발표..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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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쇠 박중기 선생을 기리는 헌쇠도서관을 개관하며 : 박건웅 <그해 봄>
김해인물연구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김해의 인물을 연구합니다. 역사 속에 숨어 있었던 우리 고장의 인물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합니다. 영화 에서 정해인이 멋진 뿜뿜을 연기했던 김오랑 중령의 흉상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김병곤 열사의 추모 조형물 건립을 주도했습니다. 보도연맹 학살 당시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여 '영남의 쉰들러'라 불리는 최대성 한림 면장의 기념물을 세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대성 면장은 아내의 큰할아버지입니다. 그 인연으로 아내는 김해인물연구회의 회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헌쇠 박중기 선생은 인혁당 사건의 생존자입니다. 인혁당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의 가족을 보살피면서 살아오셨고, 그동안 읽고 소장해 온 1,200여 권의 도서를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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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친왕 이강, 역사 속에서 잊힌 이들 : 다니엘 튜더 <마지막 왕국>
고종의 첫째 아들은 이척입니다. 우리나라 마지막 왕인 순종입니다. 명성황후가 낳았습니다. 유일한 적출입니다. 둘째 아들은 의친왕 이강입니다. 순종과 세 살 터울입니다. 귀인 장씨가 낳았습니다. 세째 아들은 영친왕 이은입니다. 고종 나이 마흔 여섯 살 되던 해 귀비 엄씨가 낳았습니다. 작은 형인 이강과 스무 살 터울입니다. 황태자로 책봉되어 조선이 망하지 않았다면 왕에 올랐을 겁니다. 막내는 덕혜옹주입니다. 고종이 예순 하나 되던 해 귀인 양씨가 낳았습니다. 영친왕과는 열 다섯 살, 의친왕과는 서른 다섯 살 터울입니다. 순종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게다가 독살 미수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영친왕은 조선인이라는 의식이 싹트기 전 일본에 볼모로 가서 일본 여..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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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스와라지 : 마하트마 간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을교육공동체 조례가 폐지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난 10월에 법안 폐지가 통과되었고, 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엊그제 다시 표결하였으나 결국 폐지되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견서를 내고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었다. 98%가 폐지 반대 의견이었다. 하지만 62명의 경남도의회 의원들의 표결하여 최종 폐지로 결정이 났다. 62명의 의원 분포는 국민의 힘 58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다. 폐지 반대 의견을 낸 국민의 힘 의원은 딱 1명이었는데 창원의 정재욱 의원이다. 국힘 의원 수가 저렇게 많다는 거 처음 알았다. 사람 잘 못 뽑으면 나라 꼴이 엉망이 된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마을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 마을 강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 좌로..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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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골 마을의 작은 벤치가 생각납니다 :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이 산문집에 바람의 이야기와 텅 빈 벤치 사진이 나옵니다. 그 사진을 본 순간 스위스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5년 동안 한번도 기억에 올린 적이 없던 장면이 머리 속에 나타난 겁니다. 참 이상하지요, 어떤 메카니즘이 기억 저 편에 있던 그 장면을 불러왔을까요? 그래서 유럽 여행의 사진을 오랜만에 다시 찾아봤습니다. 위의 사진입니다. 숨비츠라는 작은 마을에 여행자를 위한 벤치와 그 벤치에서 앉아 본 풍경입니다. 페터 춤토르의 성 베네틱트 교회는 스위스의 숨비츠에 있습니다. 거의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 건축 공부를 할 때 사진을 보고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맘 먹었더랬습니다. 밀라노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기차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고 무인역인 숨비츠에 내려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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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아들을 응원하며 : 이병곤 <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
- 아빠, 나 붕어빵 장사 해볼까요?- 응? 웬 붕어빵? 산이가 붕어빵 얘길 하길래 뒤통수로 들었습니다. 붕어빵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뭐 이런 거였죠. 근데 지 나름대로 뭔가 사부작사부작 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뒤통수에 대고 "아빠, 오늘부터 장사 시작해요." 하고 한마디를 날리는 거였습니다. 진짜 한다고? 오후 두 시에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일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습니다. 밤 열 시쯤 퇴근하면서 가보았습니다. 붕어빵을 굽는 아들을 보니 하~ 진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좁디 좁은 공간에서 여덟 시간을 내내 서서 일을 했을 아들을 생각하니 맘이 아팠습니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재미있댑니다. 하! 그제서야..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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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근쌤, 부디 잘 가셔요 : 엄경근 <산복도로 오딧세이아>
엄경근 2024 엄경근 2024 엄경근 2024 엄경근 2024 (이 그림과 함께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게시됨) 엄경근 2023 엄경근 2023 그림을 그리는 아이에게 미술실 뒷통수를 자처한 아이.미술 교사인 나보다 더 오래 미술실을 지키는 아이.뭘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 그리는지,한번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을 일어설 줄 모른다. 강제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집중의 시간임을 알기에혹여 내가 그 흐름을 깨진 않을까, 발걸음도 조심스러웠다. 무엇을 그렸나, 얼마나 잘 그렸나 하는 궁금증보다,집중하는 그 모습 자체가 예뻐서훔쳐보는 내내 뿌듯하고 가슴 벅차기도,때로는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보다'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오늘의 미술 교육 현주소를 고민하..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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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의 매력을 연기한 배우 : 고레에다 히로카즈 <키키 키린의 말>
이 할매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입니다. 팥의 장인인 할매가 도라야키 가게 알바로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벗나무 가득한 도라야키 가게 풍경이 예전에 살던 도쿄 신밤바와 똑 닮았더랬습니다. 스토리도 좋았고, 할매의 웅얼웅얼 연기는 일품이었지요. 원래도 좋아했던 도라야키를, 영화를 보고 난 후 애써 파는 곳을 찾아 사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몇 해 전 할매가 암으로 세상을 뜨고, 아~ 했는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책 표지에 웃고 있는 할매의 모습이 너무 반가와서 후다닥 사버렸습니다. 책은 영화 감독인 코레에다 히로카즈가 키키 키린과 나눈 대화를 엮었습니다. 두 사람은 를 시작으로 , , , , 등 총 6편의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감독이 할매를 처음 만난 건 영화 의 초고가 완성되..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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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다리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 문재인 <변방에서 중심으로>
카멀라 해리스 VS 도널드 트럼프 1. 경제 중산층 세금 감면 VS 부자와 대기업 세금 감면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율 인상 VS 중국에 세금 폭탄 2. 기후변화 및 환경 탄소 배출량 감소 VS 화석 연료 산업 지지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VS 석탄과 석유 산업을 통한 에너지 자급자족파리 기후 협약 복귀 VS 파리 기후 협약 탈퇴 3. 보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 보험 혜택 VS 민간 보험 중심의 시스템약값 인하 정책 VS 의료 선택권 확대 4. 이민 이민자 보호 VS 국경 장벽 건설과 무관용 정책 5. 평등 성 평등, 인종 차별 철폐 VS 전통적인 보수적 가치 중점형사 사법 개혁 VS 특정 단체의 목소리에 비판적인 입장 6. 외교 동맹 관계 VS 무조건 미국 우선주의 어딜 봐도 앞에 것이 호모 사피엔스가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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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참전을? 아, 안돼 : 이혜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우리 위에 있는 정은이 엉아가 드디어 러시아에 군대를 보냈습니다.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겁니다. 일단 선발대로 1,500명이 갔댑니다. 그리고 4개 여단 12,000명이 그 뒤를 곧 따라가려고 준비중에 있다고 합니다. 파병된 북한군은 11군단 특수 작전군 예하 최정예부대라고 합니다. 우는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폭풍군단'이라고 하는 분들입니다. 젤렌스키, 떨고 있나? 북한의 특수부대가 완전 무장을 하고 우크라이나를 휩쓰는 모습이 곧 현실로 될 듯한 분위기입니다. 아, 유럽을 침공하는 아시아의 노스코리아, 몽골이 유럽을 휩쓴 이후로 처음일 겁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씨발. 젤렌스키는 똥..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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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놈들아, 너희들은 이 책을 읽었느냐? : 방현석 <범도>
1. 김알렉산드라 알렉산드라는 우리와 얘기를 나누는 중간에 몇 차례나 걸려온 전화를 받고 유창한 러시아어와 중국어, 조선어로 지시를 내렸다. 그녀는 그때마나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달라지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려주었다. 로씨아혁명의 지도자 레닌이 왜 그녀를 신뢰하고 칭송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권 389쪽)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 책에서는 김수라라고 홍범도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하바롭스크에 들어선 극동 소비에트 인민정부의 외무장관으로 나온다. 소왕령(우수리스크)의 흰파 문창범과 하바롭스크의 붉은파 김알렉산드라가 홍범도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홍범도는 알렉산드라를 택했다. 독일 첩자로 몰린 이동휘가 일본군의 손에 넘어가기 직전 ..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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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의 만화 : 다니구치 지로 <아버지>
내가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어떤 법칙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따뜻한 봄 햇살의 온기가 한가득 머문 마루.돌아보면 거기에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빅코믹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담당기자 사토 씨의 '이번 작품은 만화 = 오락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릴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인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일에만 신경 써달라'는 든든한 조언은 연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78쪽 저자 후기 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는 작가.만화로 표현하는 깊은 여운.아버지가 되고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알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그리고 나의 아야기.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의 만화
20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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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소설이 불편한가 : 과탈루페 네텔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 라우라 나는 주말 내내 침묵을 지켰다. 월요일에는 예약도 없이 산부인과 진찰실에 찾아가 나팔관을 묶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연거푸 질문을 던진 후 의사는 스케줄을 확인했다. 바로 그 주에 나는 수술실에 들어갔다.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고 확신했다. (25쪽)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남친의 유혹에 넘어가 뜨밤을 보내고 난 뒤 후 라우라의 행동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고국 멕시코로 돌아온, 말하자면 상류층의 많이 배운 여성인 주인공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지만, 결혼과 출산에 있어서는 신념이 확고하다. 행복한 삶에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인 장애물이라는 신념. # 알리나 "저를 재우지 말아주세요." 알리나는 분명히 말했다. "저는 이네를 만나고 싶어요. 얼굴을 보고, 가능한 한 모든..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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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찌질이가 아니다 : 남문희 <전쟁의 역사>
"This Is Spartaaa!" 제랄드 버틀러 형님이 빤쭈에 빨간 망토만 걸치고 세상 가오는 혼자 다 잡는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다. 스파르타의 최정예 300명이 테르모필레에서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100만 대군과의 싸움이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은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 중의 한 명인 스파르타의 레오디나스 왕이다.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300명의 스파르탄과 함께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제대로 한타를 뜨는 장면은 압권이다. 근데, 영화에서 페르시아의 군대는 미개한 괴물 집단으로 묘사된다. 더우기 왕인 크세르크세스는 완전 열폭 찌질이로 망가진다. 문득 궁금했다. 진짜 저랬을까? 아케메네스 왕조, 일명 페르시아 제국은 기원전 550년부터 330년까지 220년 동안 실제한 이란의 고대 왕조다. 오리엔..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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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곧 사라진다 :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약 7000발의 미사일이 이스라엘로 향했고, 하마스의 지상군이 이스라엘을 침투해서 민간인과 군인 360여 명을 죽였고 인질로 삼았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으로 사실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단체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고,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있는 장소를 폐허로 만들거라고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가자지구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하마스를 잡기 위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죽였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포함 천여 명이 죽었고,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사만 명이 넘었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의 정치 집단이자 군대..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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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들린다 몰라도 잘 들린다 : 남문성
막내가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밴드 경연대회에 나간댑니다. 기타 유민제, 베이스 변재현, 드럼 한바다, 기타 겸 보컬 김강으로 구성된 입니다. 공연과는 달리 순위를 매기는 경연이라 긴장하는 눈치였습니다. 무슨 곡을 할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엔 비밀이라더니 나중에 김광석의 와 산울림의 로 정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경연 3일 전에 아이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였습니다. 친구한테서 드럼도 빌려오더니 합숙 훈련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의견도 많이 나누고, 장난기도 쏙 빼고 제대로 연습을 했습니다. 살짝 들여다보니 편곡 실력이 상당합니다. 두 노래 모두 매력적으로 변했습니다. 경연은 훌륭했습니다. 무대의 퍼포먼스도 좋았고 무엇보다 연주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다른 팀도 잘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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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함 정션으로 가는 길 : 림태주 <관계의 물리학>
문명을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진화하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공부가 배움을 잃고, 만남이 사귐을 잃고, 노동이 땀을 잃고, 삶이 쓸모를 잃어가는 세상이 결코 진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53쪽)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다면, 내 성격이 어떤가를 남들에게 묻기보다 내 혀가 어떤 말을 주로 내뱉고 있는지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기를 원하다면, 성격이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고 말하는 태도를 바꾸면 된다. 성격은 바꾸기 힘들지만 말의 색채는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선택하고 바꿀 수 있다. (80쪽) 누구나 삶을 견디며 산다. 동정할 까닭도 값싼 위로를 건낼 이유도 없다. 오래 견디면 견디고 산다는 걸 잊게 된다. 견디..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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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 하종강 외 7인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산이는 간디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대학을 안간다길래 "집구석에 빈둥빈둥 하는 꼴 못본다."라고 말해두었더니 졸업 후 3개월만에 군대에 갔습니다. 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보기에는 수월하게 군대를 마쳤습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두어 번 하더니 에버랜드에 알바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일 년 가까이 에버랜드의 식당에서 구르더니, 내려와서는 올해 그 더운 여름, 집 근처 워터파크에서 가이드로 두어 달 일하기도 했습니다. "아빠, 일본에 우프를 가려고 하는데 어느 지역이 좋겠어요?" 하고 얼마 전에 물어왔습니다. "도심보다는 시골이 낫지 않겠냐? 그리고 이왕 시골에 가려거든 동북지방이 깡시골인데." 라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낸다 어쩐다 하더니 일본에서 가장 시골인 이와테현의 하치만타이라는..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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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니구치 지로 : 정용연 권숯돌 <1592 진주성>
진주대첩 김시민 장군을 주축으로 조선군 3,800명이 일본군 30,000명을 막아낸 전투(1차 진주성 전투). 이 책의 배경이며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이 수성전에서 일본군을 완벽하게 물리친 첫 전투라고 책에 나온다. 책의 부제가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는 전라도의 곡창지대를 온전히 보호하고 이순신의 수군 전력을 유지시킨 대단히 중요한 전투라 행주대첩, 한산도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린다. 개빡친 일본군이 이듬해 6월 10만 대군으로 다시 진주성을 공격한다. 2차 진주성 전투라 불리며 임진왜란 중에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처절한 전투다. (결국 진주성을 함락한 일본군의 피로연에 19살의 논개가 일본군 장수를 안고 강에 뛰어들었다.) 책의 주인공은 김시민 장군과 진주성의 민초들이..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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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보니 안중근의 아들이라면.... : 김훈 <하얼빈>
김아려 (1878~1946) 아려, 이름이 참 예쁘다. 1894년 안중근과 결혼해서 딸 현생과 아들 분도, 준생을 두었다. 거사 직전 아들들을 데리고 하얼빈으로 갔고, 도착하자마자 남편이 이토를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제에 잡혀 갇히게 되고, 곡절 끝에 풀려나 도주하여 러시아 꼬르지포 인근 조선인 마을 목릉 팔면통에 정착했다. 1910년에 남편이 처형당하고, 그 이듬해인 1911년에 큰아들 분도가 일곱 살로 죽었다. 1919년 임시정부가 상해에 들어서자 상해로 이주했다. 중일 전쟁 이후에 계속 중국에 남아 있었고, 광복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상해에서 죽었다. 김아려의 심정을 듣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다. 김아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김훈 선생은 책에서 말했다.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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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말아 먹은 대통령을 찾아봤다 : 쥴피 리바넬리 <마지막 섬>
1.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70세) 튀르키예 현직 대통령. 2003년부터 20년째 집권을 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로 총리를 12년 해먹고, 계속 더 해처먹을라고 대통령제로 바꿨다. 심지어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당선되어 2028년까지 해 먹을 수 있다. 좀 희한한게 독재자이지만, 선출된 독재자다. 이게 말이 되나. 튀르키예 국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슈카월드에 자주 등장해서 친숙하게 되었다. 여태 튀르키예를 말아 잡수시고 계신다. 튀르키예 물가 상승률은 평균 40%다. 물가가 그렇게 오르니 최저 시급을 50% 올려서 임금을 물가에 맞추는 정책을 썼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엄청난데도 금리를 내리는 노벨상감의 금리 정책으로 튀르키예 경제를 아주 박살 냈다. 요즘 엔화가 싸져서 다..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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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에게 독후감을 써달라고 했다 :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 차일드>
올 여름에 이주현 교수를 모시고 글쓰기 강좌를 열었다. 나는 주최자이면서 학생이었다. 교수님은 이 책을 추천했다. 책에는 를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중에 한 편을 골라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숙제를 내주셨다. 엄청난 상을 받은 엄청난 소설이라는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뭔가 낯선 소설이었다. 비유와 은유와 상징이 한가득했다. 이를 다 풀기에는 나의 한계가 명확했다. 해서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봤다. Chat GPT에게 물어봤다. 첫번째 질문은 '마사의 책에 대해 말해줘'라고. AI의 답은 아래와 같다.옥타비아 버틀러의 "The Book of Martha"는 책임, 변화, 인간 본성에 대한 주제를 다룬 사려 깊은 단편 소설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단편 소..
202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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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기의 즐거움, 늙기의 자연스러움, 늙기의 두려움 : 김훈 <허송세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병원에 가셨는데, 오빠야 니가 좀 가봐야 될 것 같다." 동생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고, 나는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진료실 앞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아버지, 아버지, 진료는 보셨어요?" 하며 깨웠고, 아버지는 의사를 만났는지 안만났는지도 모르겠다고 어눌하게 말씀하셨다. 혹시 몰라 1층 접수에 가니 이미 접수는 했다고 한다. 담당 간호사에게 다가가 어찌 된 일이냐고, 의사를 뵐 수 있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진료는 봤고, 아마도 부정맥이 원인인 것 같으니, 부정맥으로 다니던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수 내과에서 간호사가 모시고 왔다고 했다. 요약하면 몸이 좋지 않아 근처 내..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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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라 : 조국 <조국의 법고전 산책>
사형 선고가 나오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패소한 이유에 대해 "설득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뻔뻔스러움이나 몰염치함이 부족하여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미 사형 선고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저의 방식대로 변명한 데 대하여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비굴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살아남기보다는 저의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구를 읽으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1974년 박정희 정권에 반대하며 투쟁하다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재학생 김병곤(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은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당당히 외쳤습니다. "영광입니다. 저는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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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요즘 도마의 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강이가 혼자 기타를 치며 부르고 있길래 물어보니 이 노래라고 합니다. 노래가 경쾌하고 특히 아들 녀석이 맛깔나게 부르니 더 멋져 보입니다. 듣다보니 좋은 건 멜로디 뿐만이 아닙니다. 슬픔은 저어기 골목 끝까지 갔다가 내가 부르면 다시 달려오고슬픔은 저어기 시장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는 슬픔이라, 어쩜 이리 감성적인 가사를 쉬이 만들었을까요? 나이도 엣되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벌써 오래 전에 고인이 되었다네요. 헐, 이 피지 못한 청춘을 어찌 할까요. CTR사운드에 가면 도마의 서약서가 있댑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2집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내용으로요. 그런데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남은 절친..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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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풀뿌리 민주주의의 선봉장 : 조진만 <그를 만나면 그 곳이 특별해진다>
우리 동네에 불암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 센터장이 음, 재미납니다. 출신부터 남다릅니다. 밀라노 공대 출신입니다. 그것도 건축학과. 밀라노 공대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공과대학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합니다. 특히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는 탑오브탑을 달립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알도 로시와 렌조 피아노가 밀라노 공대 출신입니다. 이런 학교를 나와서 도시재생 센터장을 하고 있습니다. 핥핥핥. 하지만 도시재생에는 진심입니다. 도시재생에 걸림돌이 되는 행정이나 제도에 대해 가끔 쓴 소리도 합니다. 그 만큼 열정이 있습니다. 도시재생이란 쇠락한 지역을 다시 활동적인 지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낙후 지역을 바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보편적..
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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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고교 야구 열혈 청춘의 그 정점에서 : 모리타 마사노리 <루키즈>
쇼츠에서 고시엔의 한국 교가를 들은 건 8강이 끝나고였다. 고시엔이 어떤 곳인가. 일본에서 야구 좀 한다는 고등학생들이 그토록 밟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가 아닌가. 지면 바로 짐 싸서 고향으로 가야 하는 살벌한 토너먼트 경기다. 탈락한 학생들이 울면서 고시엔 경기장의 흙을 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슬픈 드라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만 산다는 정신으로 부서져라 몸을 던진다. 그런데 그 꿈의 무대에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학교가 8강까지 올라갔다고? 교토국제고는 4강에서 아오모리 야마다고등학교에 3대2 짜릿한 역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긴 팀의 교가를 선수들이 함께 부르는 건 고시엔의 성스러운 의식이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
20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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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내려놓습니다 : 김응용 <그냥, 2200Km를 걷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툴룽에서 스페인의 포트부로 이동한 적이 있습니다. 기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갔었는데, 남부 프랑스의 해안을 따라 가는 기찻길이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골과 바다가 묘하게 오버랩된 매력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언젠가 이 길을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남부 지역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흐도 아를에 머물렀다고요. 포트부는 발터 벤야민이 나치를 피해 피렌체 산맥을 넘어 겨우 프랑스를 탈출했으나 스페인의 프랑코 정부가 입국의 거부하자 희망을 잃고 자살한 곳입니다. 예전에 어떤 건축책에서 이 곳에 있는 발터 벤야민의 기념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꽤 오래 마음에 남아서 버킷 ..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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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전 일본의 시덥잖은 뒷담화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다. 아직 이름이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기억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나중에 들은 즉 그건 서생이라는 인간,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영악한 족속이라고 한다. (p.16) 그는 고약한 굴처럼 서재에 딱 들러붙어 일찍이 외부 세계를 향해 입을 연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주 달관한 듯한 상판대기를 하고 있으니 가소롭기 짝이 없다. (p.39) 그에 비하면 고양이는 단순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화가 나면 열심히 화를 내고, 울 때는 죽어라 운다. 우선 일기처럼 쓸데없는 건 결코 쓰지 않는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은..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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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곧 온다 : 실버 센류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종이랑 펜찾는 사이에쓸 말 까먹네 야마모토 류소. 남성. 지바현. 일흔세 살. 무직 (p.9) 일어나긴 했는데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요시무라 아키히로. 남성. 사이타마현. 일흔세 살. 무직 (p.17) 자명종 울리려면 멀었나일어나서 기다린다 야마다 히로마사. 남성. 가나가와현. 일흔한 살. 경영 컨설턴트 (p.19) 연명 치료 필요없다 써놓고매일 병원 다닌다 우루이치 다카미쓰. 남성. 미야기현. 일흔 살. 무직 (p.20) "연세가 많으셔서요"그게 병명이냐 시골 의사여 마쓰우라 히로시. 남성. 지바현. 여든세 살. 무직 (p.50) 손주 목소리부부 둘이서수화기에 뺨을 맞댄다 나카쿠보 시로. 남성. 히로시마현. 일흔여섯 살. 무직 (p.72) 무농약에 집착하면서내복약에 절어 산다 나카타니..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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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지혜는 나를 현명하게 만들어 줄까? 전호근 <사람의 씨앗>
1. 사람이 다쳤느냐? 에 기록된 내용을 읽어보면 참으로 이상하다. 난생 처음 듣는 신기한 이야기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칠 만큼 재미난 이야기도 아니고 가슴 불타는 정의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다.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가 퇴근하여 그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물었다. "사람이 다쳤느냐?" 그러고는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p.17) 즐겨보는 드라마 에 겨울이가 정원이에게 자기 집안의 개판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빠는 가정 폭행범이고 엄마는 아빠한테 맞아서 반병신이 되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정원이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니 탓이 아니야. 니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라고 위로한다. 의 저 구절이 생각났다. 논어는 이천오백 년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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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지만 괜찮지 않아 : 김초엽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 1. 아파트 경비원 민수는 1995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이후 줄곧 의족을 착용한 채 일했다. 2010년 12월 민수는 근무하던 아파트 단지의 눈을 치우다 넘어졌고, 그 일로 의족이 파손되고 말았다. 업무 중 의족이 부서졌기에 민수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산재에 해당된다. 민수의 산재 신청 결과는? # 2. 23살의 무용수 승희는 2013년, 우연히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코스 근처에 있었고, 폭탄 테러에 휘말려 다리 하나를 잃었다. 승희에게 잃어버린 다리는 좀 더 특별했다. 그는 단순히 다리 하나를 잃은 게 아니라 춤을 추며 살아왔던 시간과 앞으로 춤을 추며 살아갈 날들에 대한 꿈을 잃었다...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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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최강자가 되기 위한 잎싹의 여정 : 황선미 김환영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은 슬쩍 마당을 봤다. 늙은 개와 역시 늙은 수탉과 암탉, 날기를 포기한 오리 몇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닭장에서 나가기만 하면 마당의 저들을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닭장이었다. 자신의 노력으로 여기서 탈출하기란 불가능했다. 닭장을 들락날락하던 주인을 유심히 관찰한 잎싹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죽은 닭이나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낡은 수레에 실려 나갔다. 잎싹의 머리는 번개같이 회전했다. 그날부터 잎싹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배가 고파서 미칠 것 같았지만, 닭장을 탈출할 수 있다면야. 단식 닷새째가 되니 모가지를 가눌 수 없게 되었다. 다리에 힘도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이거, 닭장을 나가기 전에 먼저 죽는 거 아냐?"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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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시간, 이름 짓기를 희망하다 :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동네 책방 에 저자의 초청 강의가 있었습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책방에 갔습니다. 잘 생긴 청년이 와 있었습니다. 마스크 속의 얼굴이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대면으로 하는 북토크는 이제 겨우 두 번째라 많이 긴장된다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청년은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존재를 증명받을 수 있다. '대학생', '군인', '직장인', '사회초년생'이라는 말 안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의 서사가 녹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일하는 청년, 대학생이 아닌 이십대, 군인이 아닌 군 복무자였던 나는,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넘어가지 못한 채 경계 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p.6) 책의 부제는 ..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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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글 쓰고 유튜브 봐야지 : 김성우 엄기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하루의 모든 일을 마치고 방에 눕습니다. 그리곤 유튜브를 봅니다. 새로운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긴벌레의 턱걸이 영상, 하하하의 고양이 영상, 곽튜브의 러시아 여행기, 믈브의 야구, 장삐쭈의 군대 이야기, 오늘 있었던 바둑 하이라이트, 새로운 영화 소개까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보면 두 시간은 후딱 가버립니다. 누워서 뒹굴거리며 유튜브 보는 시간이 가장 편안한 시간입니다.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오는데 동영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만 하면 됩니다. 유튜브가 다 결론까지 알아서 내줍니다. 하지만 단점이 있습니다. 볼 땐 재미있는데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이면 십이분의 일을 사용하는데 좀 허망합니다. 그 시간에 책을 봤다면 남는 ..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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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의 참상이 아닌 우한의 아름다운 일상 : 팡팡 <우한일기>
1월 26일 봉쇄 4일 차 : 후베이성 공무원들의 모습이 바로 중국 공무원들의 평균 수준이다 우한의 공무원들은 사태 초기에 바이러스를 얕보았고, 봉쇄 전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무능함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이는 우한 시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이 일에 대해 앞으로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후베이성 공무원들의 이런 모습이 바로 중국 공무원들의 평균 수준이란 사실이다. 이들이 다른 지역의 공무원들보다 무능한 게 아니라 단지 운이 나빴던 것이다. (p.29) 1월 31일 봉쇄 9일 차 : 아첨을 하더라도 제발 정도는 지켜달라 나는 상인들에게 이럴 때 문을 열면 감염될까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덤덤했다. "우리가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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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국가 수도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 평양 : 박원호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
3년 전인 2018년 4월에 재인이 아재와 정은이 엉아가 만났습니다. 악수도 하고 포옹도 했더랬습니다. 도문다리에서는 둘이서 속닥속닥 이야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의 봄이 이렇게 불쑥 찾아왔다고 기뻐했습니다. 끊어진 철도와 다리를 다시 놓고, 개성공단은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변할 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곧 정은이 엉아가 서울에 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봄을 뒤로 하고 남과 북 사이는 다시 냉랭해졌습니다.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삐져서는 서로 말도 안합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미국 말을 잘 들어야 하는 남쪽과 미국 말은 무조건 안들어야 하는 북쪽의 정치적 입장이야 그렇다쳐도 서로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와 도로 사업, 관광단지와 공업단지 조성 같은 것은 얼마든지 할..
20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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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부모님 말씀은 언제나 옳을까? : 이유선 조원희 <행복이 정말 인생의 목표일까?>
1. 물건을 살 때 자유를 느낀다고? 바우만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를 소비자 사회라고 봐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소비'라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오늘날 상품을 사는 데서 자유를 느끼고, 자신의 자유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것이 왜 자유로 느껴지냐면 세상에는 그 상품을 살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소비자는 그것을 자유로운 행위라고 여긴다는 거죠. 자유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렇듯 '차이'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거예요. (p.42) 2.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고? 마르크스는 노동을 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 이유를 노동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노동을 통해서 무엇이 만들어지고 ..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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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인 대안 학교 교사들의 앞담화 : 류주옥 외 5인 <선생님들의 수다>
간디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자기 학교를 무척 좋아합니다. 학교 이야기를 주저리 하지는 않지만, 딱 봐도 보입니다. 근데 저도 우리 아이들만큼이나 간디학교를 좋아합니다. 학교 선생님도 좋구요, 아이들의 친구들도 좋고, 돌집과 도서관 사이의 오솔길도 좋아합니다. 큰 아이가 졸업을 하고, 둘째도 고3이라 이제 학교와 인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간디 학부모 생활을 더 연장하기 위해 중3인 막내를 열심히 꼬시고 있습니다. 거의 넘어왔습니다ㅋㅋ. 사실 요즘 학교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공간혁신 촉진자로 학생들과 함께 새 건물을 짓고,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환경과 공간을 만드는 거죠. 좋아하는 학교를 변화시키는 거라 꽤 부담감이 들긴 하지만 즐겁게 하고 있..
20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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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 모여 기후변화의 해결책에 대해 궁리하다 : 폴 호컨 <플랜 드로다운>
한 10년 전쯤일까요, 회사에 LEED 열풍이 분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주관하는 새로운 부서가 생겼고, 회사도 LEED 건물을 짓겠다고 발벗고 나섰으며, 직원들에게는 LEED 자격증을 따라고 장려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에 지은 건물이 인증을 받았고, 그 후 국내에도 몇 개의 건물이 LEED 인증을 받았습니다. LEED는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세계에서 가장 인증 받는 친환경 인증 시스템입니다. 부지 관리, 에너지 절감, 물 사용 절감,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재, 실내 환경, 독창적인 설계 등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깁니다. 건축물을 덜. 해.롭.게. 지으면 이 인증을 받습니다. 환경에 있어서 가장 야만적인 분야인 건축도 친환경이 대세가..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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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할 땐 역시 집안일이죠 : 조구만 스튜디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고3 딸아이 앞으로 책이 배달되었습니다. 응? 드디어 우리 딸이 책을 다 사고? 풀어보니 좀 맹한 공룡이 나오는 이 책이 나왔습니다. 친구가 선물로 보내줬다는군요. 책을 스르륵 넘겨보니 여백의 미를 대단히 많이 살린 책이라 술술 넘어갑니다. 음, 쉰 아빠가 보기엔 평범한 이야기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그러나 열아홉 딸아이가 보기엔 뭐 그럭저럭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진로 인터뷰 모음집이라는 책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간디학교에서 만든 책자로 딸아이가 가져 온 것 같았습니다. 간디학교는 고3 때 인턴쉽이라고 해서 자신이 흥미가 있는 분야의 회사 비슷한 곳에 가서 실제로 인턴 실습을 하는 과정이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라 갈 수 없어서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유명인?과 인터뷰..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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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를 인터뷰했다 :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바틀비, 이 문서를 함께 검증해보세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디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됐나? 여기 이 서류의 검증을 도와주게. 자, 여기 있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바틀비! 어서! 내가 기다리고 있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왜 거부하는 거지?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p.30) 이 책은 뉴욕 월가의 한 변호사가 바틀비라는 청년을 필경사로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입니다. 바틀비는 창백하고 우울한 기운이 가득하나 다른 필경사와는 달리 기복이 없고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처리합니다. 그런 바틀비를 보고 변호사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바틀비는 "그 일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며 변호사가 시키는 일을 거부합니다. 업무를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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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라는 남자의 이승 여행기 : 존 윌리엄스 <스토너>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걸 소풍이라고 했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여기가 아름다웠다고 말한댑니다. 어떻게 살면 내 삶이 아름다웠다 라며 죽을 수 있을까요? 아무나 할 순 없을 겁니다. 천상병 시인쯤 되면 가능했겠지요.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남자의 이승 여행기입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자가 대학에 가고, 학문에 눈을 뜨며 교수의 길을 걷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깁니다...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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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내가 안죽였어 :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1.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누가 죽였나? 완전히 밀폐된 상자안에 고양이와 독약이 든 병이 있다. 독약 병은 원자의 상태에 따라 작동이 결정되는 기계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장치가 가동되어 병이 깨지면 독약이 나와 고양이는 죽는다. 여기서가 중요한데, 원자는 양자 역학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와 독약병을 깨뜨릴 수 있는 상태로 동시에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죽었나? 살았나? 코펜하겐의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자를 여는 순간 하나로 결정된다. 이게 뭥미? 고양이는 생물이라 죽은 것 아니면 산 것인데 이게 어떻게 중첩된다는 거지?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상태란 건 도대체 어떤 상태란 말인가? 이 말도 안되..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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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으로 살다가 객사한 여자 : 나혜석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김우영과 나혜석은 부부입니다. 우영이 혜석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죽기로 따라다녔습니다. 우영은 혜석보다 열 살이나 많고 또 결혼도 한 번 했었습니다. 아내가 일찍 죽었죠. 하지만 혜석에게는 진심으로 사랑을 느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면 백 번을 찍습니다. 그런 우영의 열정과 끈기에 혜석은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혜석은 세 가지의 조건을 들어주면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생을 두고 지금과 같이 나를 사랑해 주시오.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마시오. 시어머니와 전실 딸과는 벌거케 하여 주시오. (p.161) 이미 혜석에게 영혼을 뺏긴 우영은 무조건하고 응낙하였습니다. 부부가 되었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건이 터집니다. 프랑스에 살다가 우영은 독일로 떠나고 혜석은 파..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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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느끼는 세상의 풍부함과 언어의 빈곤함에 대하여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독일 퀼른 인근의 바헨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브루더 클라우스 예배당'에 갔습니다. 미니멀 건축의 거장 피터 줌터의 작품인데요, 넓은 밀밭 한 가운데 서 있는 조그만 예배당입니다. 진흙이 섞인 전통 방식의 콘크리트 건물로 태초에 시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한 것처럼 들판 한 가운데 우뚝 서있습니다. 삼각형의 육중한 문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경계입니다. 그 문을 열고 '빛이 떨어지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온몸의 감각이 털이 서듯 일어납니다. "헉!" 줌터 할배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소리입니다. 오직 저 외마디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어떤 형용사나 부사로도 설명이 안됩니다. 저 공간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 공간에서 제가 체험한 것과 느낀 것과 감동 받은 걸 다른..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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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이 살고 있는 나에게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친구 갑수는 지 입으로 울나라 3대 여행작가라고 했다. 그렇게 우기니 아니라고는 안했다. 대신 나머지 두 명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지도 모른댄다. 고3 시절 갑수랑 한 반이었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갑수는 교실 뒤에서 장정일의 야한 소설을 읽었다. 자연반도 아닌데 국문과를 간다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 그렇게 국문과를 갔다. 몇 년이 지나고 갑수의 시집이 나왔다. 그러고 또 몇 년이 지나고 여행책이 나왔다. 그 뒤로 줄줄이 책이 나왔다.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그걸로 밥벌이를 한다. 이보다 더 행복한 직업이 있을까?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마나 우리 동기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친구라고 갑수를 자랑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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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하면 우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한다'가 떠오릅니다. 좁게는 자유당 독재를 비판한 글이지만, 실은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고도 반성하지 않는 한국인 모두를 향한 외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서도 평화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외침은 언제까지나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철학사 p.769) 얼마 전에 전호근 선생이 쓴 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31분의 철학자들이 나오는데, 현대 편의 함석헌 선생에 대해 쓴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위의 경구를 참 좋아합니다. 도자기에 적어 작품을 만들어서 공방에 전시해 두기도 했습니다. 함석헌 선생이 본 우리 역사는 책장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수난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사 선생님이 된 걸..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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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이렇게 훌륭한 컨텐츠로 만드시다니 : 김예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컨텐츠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를 콘텐츠라 부른다. 사실상 한국에서는 저작물, 창작물이라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특히 문화콘텐츠라는 신조어는 문화산업을 의미하는 동시에 각 매체에서 제공되는 정보도 포함한다. 뉴스 등의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콘텐츠에 포함된다. 또한 이북이나 인쇄매체 등의 책에서 전달하는 정보도 포함한다. 네, 지금은 컨텐츠의 시대입니다. 위에 나무위키에 나온 컨텐츠의 정의를 적었습니다. 여러 정의를 찾아봤지만 제가 생각하는 컨텐츠에 가장 가까웠습니다. 컨텐츠는 내가 만들어 타인이 보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주 좋은 컨텐츠의 소재입니다만 그것만으로 컨텐츠가 될 순 없습니다. 그걸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게 정리해서 미디어에 올려..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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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샹 성당을 직접 가서 보니.... : 김홍철 <건축의 탄생>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 보고 싶은 건축물을 꼽으라는 설문에서 항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저도 학부 때 이 건축물에 대해 익히 듣고, 건축물의 사진을 보고, 공부도 했습니다. 바로 노트르담 뒤 오 라고 불리는 성당입니다. 프랑스 롱샹 지역에 있어서 통상 롱샹 교회라 부릅니다. 사실 하도 롱샹 롱샹 해서, 어떻길래 저렇게 우리를 괴롭히나 싶어 오기가 생겨, 산넘고 물건너 갔더랬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서 보니, 사람들이 왜 그토록 이 건물에 대해 찬양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헐~ 이라는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물이 주는 감흥, 정기, 분위기, 건물을 보러 온 다양한 사람들을 눈에 담느라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이번 간디학교 건축 수업 시간에 ..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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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다해 당신을 응원합니다 : 조국 <조국의 시간>
마르크스는 에서 인류의 역사는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라고 하는 두 계급의 투쟁의 역사라고 했습니다. 부르주아지는 생산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프롤레타리아트는 가진 건 노동력뿐인 노동자입니다. 그러니까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간의 투쟁의 역사가 인간의 모든 역사입니다. 역사를 이런 관점에서 보다니, 마르크스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근데 맞는 말입니다. 그러고서 170년쯤 지나서 유시민 작가는 한국 현대사를 두고 516과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과 416, 518과 민주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 간의 분투의 기록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은 재벌, 법원과 검찰, 종편을 거느린 거대 신문 사주와 고위 간부들, 그런 언론에 출연해 명성을 얻은 지식인, 그리고 지금의 야당 세력입니..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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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감각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것이다 : 김찬호 <유머니즘>
어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축 강의가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마쳤습니다만, 밤에 누워 가만히 강의를 돌이켜보니 이불킥이 절로 나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감동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저 건축물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 그 감동을 학생들한테 온전하게 전달하기가 참 힘듭니다. 말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학생들 표정을 봐도 멀뚱멀뚱했습니다. 전혀 몰입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고민이고 숙제입니다. 그런 걸 고민하니 강의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자기의 경험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강사가 참 많습니다. 말을 참 재미있게 잘 합니다. 듣다가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세바시'에 나오는 대부분의 강사가 그렇습니다. 그런 건 타고 나는 걸까요, 아니면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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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루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 황정은 <연년세세>
바쁘다. 바쁘게 하루의 쳇바퀴가 돈다. 학교 수업, 과외 수업, 이틀 걸러 도자기도 구워야 되고,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도 많다. 세금계산서, 견적서, 남품서 등 서류도 많고. 그렇게 바쁘게 돌아간다. 바쁘게 돌아간다는 핑계로 나를 이루는 세상에 대해 심드렁하다. 어머니는 진주의 상류층에서 스물 다섯에 시골 대가족에 시집을 와서 굴곡의 시간을 보내고 그 상처로 지금 치매를 얻었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간다. 자존심은 또 강해서 병원에는 결코 가지 않으시려고 한다. 어머니의 인생이 이렇게 마감하나 싶으면 그저 안스럽다. 그럼에도 자주 찾아보지 못한다. 바쁘다고. 동생이 암에 걸렸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했다. 머리는 빡빡 밀었다. 피부가 갈라지고 야위어 갔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동생은 괜찮다며 ..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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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깨어 있어라 : 고병권 외 9인 <리영희를 함께 읽다>
큰 아들넘이 군대에 갔습니다. 편지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시했으나 훈련병이 가장 기다리는 게 편지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편지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정약용이 아들에게 썼던 편지가 떠올랐습니다. 책 읽으라고 썼습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아, 나도 그렇게 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책이라고는 읽지 않았던 아들넘이 책에 관한 편지를 읽고선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뻔하게 보였지만, 뭐, 그건 지 일이고,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책들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함께 가졌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리영희 선생의 였습니다. 저 책으로 세상을 ..
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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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황할 때마다 역사책을 읽는 이유 : 최재성 <역사의 쓸모>
이 책 '협상의 달인' 편에 서희가 나옵니다. 거란 장군 소손녕의 관심은 고려와의 전쟁이 아니라 송나라 정벌에 있고, 송나라를 치러 갔을 때 후방에서 고려가 자신들을 공격할까봐 우려했습니다. 그걸 파악한 서희는 여진이 다스리고 있는 강동 6주를 주면 거란이랑 친하게 지낼거라고 제안하죠. 이 제안에 소손녕도 아주 만족해 했습니다. 서로 상대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서로가 원하는 걸 얻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중3 아들놈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강아, 서희라고 아나? 알죠. 고려시대. 서희. 담판 외교. 학교에서 배웠어요. 오오~~ 그래? 서희가 머했는데? 강동 6주를 달라고 했잖아요. 누구한테? 거란이 쳐들어왔을 때, 소손녕한테 가 가지고 "강동 6주를 주시오!" 하니까 소손녕이 배짱에 쫄아서 줬잖아요. 배..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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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헤이그 특사 3인을 기억해야할까? : 김태웅, 김대호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1.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진짜 망국의 원흉인가? 조선은 대원군이 물러나고 3년 뒤인 1876년에 문호를 개방했다(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었다). 중국이 1842년, 일본이 1854년에 개항했으니 그보다는 훨씬 늦은 것이 사실이다. 당시의 정세를 고려하면 대원군이 취했던 쇄국은 당연한 것이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은 서양에 문을 열자마자 점령당하거나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그리고 개방을 한다고 해서 얻을 경제적 이익도 크지 않았다. 또한 당시 서원철폐, 경복궁 중건 등으로 양반 지배층과 백성들에게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대내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고자 서구 열강의 요구에 강력하게 대응하여 '서양 오랑캐'와 맞서는 것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 되었다. 요약하자면, 역사적으로 대원..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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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있는 힘껏 사랑하라 :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고래를 사랑하는 영화 감독은 일본의 포경 허용 지역으로 취재를 갑니다. 그 지역 경찰과 사람들은 이 이방인을 경계하고 위협합니다. 그런데 그 삼엄한 경계 속에서 그가 본 것은 돌고래를 집단으로 죽이는 겁니다. 아니, 왜? 그 이유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치를 많이 잡으려고, 그래서 참치의 포식자인 돌고래를 살육한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감독은 수산업의 이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 바다의 생명들을 위협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 바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어업 폐기물이라고 합니다. 쓰고 버린 그물이 가장 치명적이라는 거죠. 바다의 여러 생명체들은 이제 얼마 못가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질 운명입니다. 바로 인간때문입니다. 마구잡이로 모든 물고기를 잡아버리는 인간의 ..
20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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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다음의 삼단계 논증에 대해 옮고 그름을 판별해 보시오. 1) 세상에는 경제 여건이 훨씬 더 좋은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자기 나라에 있을 때보다 소득을 더 많이 올릴 것이 분명한 가난한 사람이 아주 많다. 2) 따라서 그들은 기회만 있다면 자기 나라를 떠나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이다. 3) 그렇게 들어온 이주민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내리누르는 압력으로 작용해 기존에 우리나라에 있던 사람 대부분의 경제적 상황이 전보다 악화될 것이다. 네, 아주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언론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저렇게 떠들어댔습니다. 하도 들어서 세뇌당할 수준입니다. 그리고 일견 당연해 보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논증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내 쒸바, 그럴 줄 알았다. 내가 틀렸다는게 아니라 노..
20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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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몸이여, 내가 언제나 질문하는 사람이 되게 하기를! : 염운옥 <낙인찍힌 몸>
차별금지법이 다시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국민청원이 10만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국민청원도 바로 올라와서 10만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한 젊은 여당 대표가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 더 논란이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차별하지 말자는 법입니다. 그럼 무엇에 대한 차별일까요?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ㆍ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입니다. 이게 당연한게 아닌가요? 당연..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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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가난은 열심히 살지 않은 젊은 날의 결과인가 : 소준철 <가난의 문법>
나는 가난하게 자라지 않았습니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자식에게 넉넉한 편인 부모의 혜택을 듬뿍 받았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고 좋은 직장에도 들어갔습니다. 직장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가족들을 부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가난을 잘 알지 못합니다. 책에서 배운 가난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제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가난한 자영업자란 말이 떠오릅니다. 자영업자의 생태가 부유한 사람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가난한 사람이 자영업자가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저축해놓은 돈은 이제 바닥이 나고 월급 걱정을 해야 하는 가난한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고아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달동네의 모습과..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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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철학자 조상님들이 이렇게나 매력적이었다니.... : 전호근 <한국철학사>
1. 사회주의적 분배 방식 차병직의 이라는 책을 보면 어떤 한국인이 헝가리에 갔다가 거기서 사회주의적 분배 방식이 어떤 건지 깨달았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과 장수 할머니가 사과를 팔고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과를 사 가는데 그 할머니가 하나는 좋은 것, 하나는 나쁜 것 이런 식으로 섞어서 팔아요. 한국 사람이 할머니에게 "돈을 더 줄테니 좋은 것만 달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너한테는 안팔아" 했답니다.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까요? 어리석어서? 왜 한국 사람은 모두 좋은 것만을 원할까요? 다 나름의 입장이 있죠. 할머니 얘기는, 먼저 온 사람이 좋은 것 다 가져가면 뒤에 온 사람은 뭘 가지고 가느냐는 거고, 한국 사람은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났으니까 좋은 걸 가져갈 자격이 있다, 이렇게 생..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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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쉬워졌어요 : 이문재 <혼자의 넓이>
철인삼종경기 내가 하도 학교, 새로운 학교 하니까 대체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은 것이냐고 물어오는데요, 그때마다 다음과 같이 짧게 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악기 연주, 음식 만들기, 스포츠 활동 이 세가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학교 같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악기를 다룰 줄 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기 감정을 에둘러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교감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하모니카를 잘 부는 소년이라면 중남미 고산지대나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가서도 금세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겁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음식 만들기도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자기 혼자 먹는 음식에 정성을 다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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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그 매혹적인 자유로움에 대한 찬가 : 허먼 멜빌 <모비딕>
적도에서 먹이를 섭취하는 일이 한창일 때 적도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견디기 어려운 권태와 더위를 피해 북해에서 여름을 보내고 방금 돌아온 참이다. 잠시 적도의 산책길을 어슬렁어슬렁 오르내린 뒤에는 서늘한 계절을 기대하고 동방의 바다로 떠나서, 또다시 찾아올 더위를 피한다. (p.475) Q. 은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고전소설입니다. 나다니엘 호손은 이 책을 두고 현대판 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A. 어릴 때 문고판으로 백경을 읽은 적이 있다. 고집쟁이 외다리 선장과 거대한 하얀 고래와의 사투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다. 영화도 봤다. 거친 바다의 사나이들과 전투력 만랩의 고래가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드디어 완역본을 읽는다는 기대감이 하늘..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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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 붕어, 개구리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사회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1.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미국인이 하위 50퍼센트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 2. 하버드와 그 밖의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소득 상위 1퍼센트(연간 63만 달러 이상) 출신의 학생은 하위 50퍼센트 가정 출신 학생보다 많다. 3. 미국과 영국에서는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일이 거의 절반에 이르지만, 캐나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에서는 그 절반 정도일 뿐이다. 밝혀진 대로라면 덴마크와 캐나다의 청소년이 미국 청소년에 비해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가 부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4. 부잣집(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출신으로 SAT 1,600점 만점에 1,400점 이상 기록할 가능성은 다섯에 하나다. 가난한 집(연소득 2만 달러 이하) 출신은 그 가능성이 오십에 하나다. 5. ..
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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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년을 살아온 불멸의 소년 이야기 : 교육공동체 다나, 송동근 <피터 히스토리아>
4,700년을 살아온 불멸의 소년 이야기 : 교육공동체 다나, 송동근 대학 교수가 종신교수직도 거절하고 이사를 하려 합니다. 동료들은 자그마한 환송회를 열어줍니다. 환송회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교수는 폭탄 선언을 합니다. 자신이 14,00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라구요. 동료 교수들은 웬 농담을 진짜 같이 하냐고 웃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논리 정연한 교수의 답변에 놀라기 시작합니다. 영화 의 줄거리인데요, 오래 전에 봤음에도 꽤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집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납니다. 인물들이 오두막에 모여 앉아 말만 하는 영화인데도 몰입감이 상당했습니다. 주인공이 부처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하려다 졸지에 예수가 되어버렸다는 장면에서는 정말 '허걱'이..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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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 보두앵, 트룹스 <브라보, 나의 삶>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오로지 책 표지에 그려진 그림에 이끌려 산 책이다. 만화책인데, 좀 이상하다. 일단 그림체가 익숙치 않다.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서 조금 불편하다. 엉성하게까지 느껴지지만 언뜻언뜻 내공이 보이는 그림들도 있다. 내용은 더 이상하다. 저자가 후아레스라는 멕시코의 도시에 가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그리는 게 다다. 기승전결 이 따위 것들이라곤 없다.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다가 책은 끝이 난다. 책의 서문에 시우다드 후아레스라는 도시에 대해 꽤 길게 설명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국의 앨패소와 마주보고 있으며, 과거에는 막시밀리안 제국에 대항하던 근거지였고, 멕시코 혁명의 주동자였던 판초 비야가 가장 좋아한 도시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현실판 헬게이트이자 짐승들의 도시, 마약상들의 ..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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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 정유정 <진이, 지니>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 정유정 보노보 영장목 서성이과에 속하는 유인원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98.7% 일치)를 가졌으며, 학계 일부에서는 현존하는 세 영장류(침팬지, 인간, 보노보)의 '원형'과 가장 닮은 꼴로 본다.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지만 공감 능력은 훨씬 뛰어나며, 온순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이고 다소 공격적이며 수컷 중심 사회를 이루는 침팬지와는 달리, 연대와 평화를 중요시하고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룬다. 무리 간의 성생활이 자유롭고, 성을 연대와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특성을 갖는다. (p.6) 요렇게 생긴 넘이다. 보노보라는 동물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룬다고? 그래, 그게 맞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는 모계 사회가 부..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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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그림이 있는 200억원 짜리 고려청자를 아시나요? 이충렬 <간송 전형필>
학 그림이 있는 200억원 짜리 고려청자를 아시나요? : 이충렬 청자 상감 운학문 매명, 고려시대(13세기 중기), 국보 제 68호, 가격 200억원 일명 '천학매병'이라고도 불린다. 청자의 가치를 대번에 알아차린 간송 선생이 속전속결로 일본인 거간꾼 마에다로부터 2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서울의 기와집 1채가 천원 정도 했다고. 그러니까 기와집 20채 값이다. 2020년 9월의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을 따져보니 10억 3천만원이다. 당시 2만원을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200억이다. 일본인 대수장가 무라카미가 간송 선생에게 산 가격의 두 배를 줄테니 다시 팔라고 했는데, 선생은 어림도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gallerybern/EAKK/431?q=%E..
20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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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축 툇마루에서 가을 정취를 맛보고 싶어라 : 류경수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옛 건축 툇마루에서 가을 정취를 맛보고 싶어라 : 류경수 밀양에 가면 밀양강과 단강천이 합류하는 언덕배기에 월연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이 정자에서 조망하는 경치가 일품입니다. 자연을 보는 탁월한 안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월연정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자리에서 조망하는 자연은 훨씬 더 매력적입니다. 옛 건축가들은 이런 자리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영화 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용평터널, 일명 똥개터널에서 강을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월연정이 나온다. 밀양 팔경 중의 하나라고 소개되었다. 원래는 월연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음을 당하자 같은 편이었던 이태 선생이 아이고 더러버라, 하면서 낙향해 여기에 별장을 지었다. 월연정을 알기 전엔 이태 선생을 들어..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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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시대, 어떻게 살 건가? : 최진기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어떻게 살 건가? : 최진기 1.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제조업과 ICT가 결합하는 것이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제조업체가 ICT 기업이 되거나 ICT 기업이 제조업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제조업과 ICT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 책에서는 요렇게 정의내렸다. 나무위키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 되는 산업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모든 사물과 대화하거나 제어하거나 사물이 스스로 뭔가를 하는 세상이다. (*ICT :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2.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의 중요도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은 더욱 중요해진다. 4차 산업의 본질은 제조업과 ICT 업체의..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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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 박건웅 <아리랑>
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어요 : 박건웅 류링 : 똑똑 김산 : (앗, 그녀다.) 김산 : 아이고,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았군. 류링 : 후후. 왜, 안 돼요? 류링 : 당신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받은걸요. 김산 : 당신은 마술사군. 쿨럭~ 류링 :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왔다갔다 하지 마세요. 김산 : (안절부절) 류링 : 나는 보기보다 그다지 무섭지 않아요. 김산 : 어찌하면 좋겠소? 류링 :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어요. 김산 : ..... 류링 : 안 그런 체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나는 나 자신 만큼이나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김산 : 아아아. 베이징의 공산당 사무실에서 만난 류링이란 아가씨가 김산을 좋아합니다. 대놓고 고백도 합니다. 김산..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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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다크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치 <오래된 미래>
유토피아 라다크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 헬레나 노르베리-호치 나는 공동체와 땅과의 긴밀한 관계가 물질적인 부나 고급기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았다. 나는 삶의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41)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다크는 비록 인도 영토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지만, 천년 넘게 독자적인 언어와 티베트 불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1975년 라다크는 인도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외국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치는 이 해에 라다크를 찾아간 소수의 서구인 중의 한사람입니다. 헬레나는 라다크 말을 배우고 그들을 들여다 봅니다. 거칠고 황량한 풍토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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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채식주의자>
나도 읽었습니다. 한국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을.... : 한강 맨부커상 (Man Booker Prize Fiction)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그 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의 문학상. 2005년부터 맨부커 국제상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남편이 보기에) 특별한 매력이 없는,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도 없는, 단지 브래지어 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남들과 다른 정도인 영혜는 어느날 갑자기 잘 먹던 고기를 아얘 먹지 않습니다. 먹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던 모든 고기며 심지어 계란까지 내다 버립니다. 남편이 원인을 캐묻자, 영혜는 '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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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운명에 저항한 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 : 김금숙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시대와 운명에 저항한 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 : 김금숙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를 처음 만난 건 에서 였습니다. 그 뒤로 몇몇 자료에서 그 이름을 들었습니다. 그 이름 앞에는 항상 "조선인 최초의 공산주의자",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울나라 최초의 공산주의자이자 볼셰비키라니요. 그녀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정철훈 작가가 쓴 를 원작으로 하여 김금숙 화백이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림체가 좀 익숙합니다. 김금숙이라는 이름도 어디선가 들어봤습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그린 만화 을 지은 분입니다. 그래서 그림이 익숙했네요. 이 만화책도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투박하면도 강렬한 그림체가 아름답고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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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해지지 말고, 지치지 말고 :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
냉담해지지 말고, 지치지 말고 : 김연수 예를 들어 어떤 꿈들인가? 우선은 시집을 한 권 내고 싶었지. 제목은 사슴이면 좋겠고. 그건 이뤄졌고. 그 다음은? 시골 학교 선생이 되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으면 싶었고. 촌동네 소반처럼 소박하네. 그리고? 착한 아내와 함께 두메에서 농사지으며 책이나 읽고 살았으면 하지. 또? 그게 다야. (p.223) 오래 전에 젊은 시절 시인 백석의 흑백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와, 진짜 잘 생겼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시는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를 읽고는 "이야, 야반도주를 이렇게 하자고 하면 따라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하고 생각도 했더랬습니다. 시집을 내고, 시골 학교 선생이 되고, 착한 아내와 두메 산골에서 책 읽으며 살고 싶어했던 백석, ..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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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박시백 <35년 6권, 7권>
그날이 오면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박시백 # 6권. 1936~1940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 민족해방가 이천만의 동포야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총을 잡고 칼을 잡아라 잃었던 네 자유와 너의 권리를 원쑤의 손에서 도루 찾으라 온 세계 인류와 똑같이 살기를 반일의 전선에 나가 싸우라 - 항일연군 여성빨치산이었던 김선의 수첩에서 나온 가사로, 옌볜에서 발행한 에 수록되었다. 1. 스페인 내전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활개를 치자 1935년 코민테른은 반파시즘 인민전선 노선을 채택했다. 물러가라 파시즘, 연대하자 노동자여. 이를 제대로 실천한 곳은 스페인이었다. 1936년 총선에서 승리한 인민전선이 토지개혁, 교회 재산 몰수 등 본격적으로 개혁을 실시하자 기득권이 교회, 지주, 자본가, 군부 ..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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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박시백 <35년 3권, 4권, 5권>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박시백 # 3권.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 1922년 겨울 김원봉은 베이징에서 신채호를 만난다. "선생님께서 의열단의 정신을 글로 써주셨으면 합니다." "기꺼이." 그리하여 나온 것이 조선혁명선언이다.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암살, 파과, 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고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서 인류를 압막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조선을 건설할지니라." - 의열단의 정신이 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 마지막 구절 님 웨일즈의 에 따르면 의열단원..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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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박시백 <35년 1권, 2권>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박시백 이 드디어 완간(총7권 세트, 당시의 세계 정세를 그린 별권은 덤 본책보다 재밌음)이 되었습니다. 야호! 신납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초판 발행일을 보니 2018년 1월에 나왔네요. 2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열심히 그린 작가도, 그리고 완결이 나오기를 기다린 나도 대단합니다ㅋㅋ. 일제 35년, 이 시기엔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요렇게 집중적으로 다뤄 주는 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더 없이 반가웠죠. 책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읽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 연관되는 인물이나 사건이 나오면 다시 앞 권을 뒤적였습니다. 여태 내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에 대한 각론과 인물들이 이 책으로 스르르 모여서..
2020.08.31